“스물여섯살 리타를 연기하려니 얼굴에 대한 부담이 있죠. 17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졌어요. 연기로 나이를 커버해야죠.”
통통 튀는 목소리와 발랄한 이미지로 MC와 라디오 DJ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방송인 최화정(47)이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다음달 14일부터 5월 18일까지 한솔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에서 올려지는 <리타 길들이기> 가 그 무대. 리타>
최화정은 17년 전인 1991년 <리타 길들이기> 의 국내 초연에서 리타 역을 맡아 93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작품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 앙코르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연극에 출연하지 않았다. 리타>
14년 만의 컴백을 앞둔 최화정은 “겁이 난다”면서도 “다시 <리타 길들이기> 를 하게 된 것은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17년 전 워낙 빅히트를 했던 작품이라 다시 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주위 친구들의 말이 자극이 됐습니다.” 리타>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이 쓴 <리타 길들이기> 는 26세의 주부 미용사 리타와 중년의 문학교수 프랭크가 나누는 교감을 그린다. 학창시절 예쁜 옷과 남자친구가 관심의 전부였던 리타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으로 개방대학에 등록하고, 그곳에서 술에 취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교수 프랭크를 만난다. 리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애정도 함께 싹튼다. 철없지만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리타는 최화정에 이어 97년 전도연, 2004년 이태란 등 인기 여배우들이 연기해왔다.
초연 때 30세였던 최화정은 어느덧 40대 후반이 됐다. 하지만 17년 만에 다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는 프랭크 교수 역의 윤주상은 “시간이 흘렀어도 철이 없고 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다르게 말하면 늙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웃었다. 이 연극의 기획자인 조재현 역시 “출연 제안을 위해 최화정씨를 만났을 때 솔직히 연세가 지긋하셔서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여전히 여동생 같은 외모를 갖고 있어서 안심이 됐다. 돈 좀 들이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지난해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최화정은 “그간 라디오는 계속해왔지만 사건 이후 처음으로 (대중과) 만나는 것 같다“면서 “설에도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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