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망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범현대가(家) 기업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 다른 데로 넘어간 옛 현대 계열사를 함께 인수하거나, 신성장동력 사업에 합작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최근 이들의 움직임이 부쩍 바빠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중심엔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 관련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CC은 이날 현대중공업과 합작해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위해 충남 대죽산업단지에 연 생산량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가운데 3,000톤은 KCC가 단독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KCC와 현대중공업이 51대49의 비율로 합작 투자하기로 했다.
KCC의 오너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 이번 합작은 삼촌(정상영 명예회장)과 조카(정몽준 의원ㆍ현대중공업 대주주)간 ‘숙질(叔姪) 협력’체제의 시동으로 주목을 끈다.
지난달에는 한라건설이 옛 모기업인 만도를 인수하는 데 KCC가 공동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라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정몽원 회장)이 오너인 회사로, 이 역시 ‘숙질공조’로 해석됐다.
정몽진 KCC 회장은 최근 이와 관련, “만도에서 지분 참여를 요청해서 이뤄진 일”이라며 “앞으로도 (범현대가가) 공동의 관심사가 있다면 같이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 등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옛 현대계열 기업들의 인수전에 범현대가 오너들이 함께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주명 명예회장의 사망과 ‘왕자의 난’, 그리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 등을 겪으면서 급격히 결속력이 약화된 현대가의 중흥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현대그룹의 정통성 승계와 관련, 정몽구 회장 측의 현대ㆍ기아차그룹과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범현대가의 공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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