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전문 절도범이 “공모해 빼돌린 문화재 판매대금을 돌려 주지 않는다”며 교도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3일 수원지법과 법무부에 따르면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서상복(47)씨는 지난해 10월 서울구치소에 근무 중인 교도관 A씨를 상대로 5,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서씨는 A씨가 이의신청을 하자 바로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정식 제기했다. 서씨는 지난해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훔쳤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서씨가 법원에 제출한 석명서에 따르면 서씨는 2001년 5월께 문화재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출정 담당자였던 교도관 A씨를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조사실 책상에 쌓여있던 장물을 보곤 서씨에게 “내 친구가 운영하는 사찰에서 고서(古書)를 훔쳤다고 진술한 뒤 물건을 빼돌려 팔아 3명이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고 서씨는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서씨가 어느 사찰에서 문화재를 훔쳤다고 진술하면 사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 장물을 돌려줬다. 서씨는 “세종대왕 때 발행된 500년 이상 된 국보급 불경 언해(諺解)본 3권을 권당 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A씨에게 판매를 의뢰했다”며 “그러나 A씨가 약속과 달리 500만원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서씨 주장은 터무니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그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서씨에게 500만원을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서씨가 소송을 제기해 돈을 뜯어내려 하고 있다. 소송 내용은 허구”라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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