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나 6ㆍ25까지만 해도 폭격은 주로 조종사의 감에 의존했다. 당연히 명중률이 높지 않았고 목표물 파괴를 위해서는 융단폭격이라는 무식한 방법이 동원됐다. 1972년 베트남전쟁에서 스스로 목표를 찾아 파괴하는 폭탄이 등장함으로써 사정이 달라졌다.
레이저나 텔레비전 영상, 위성위치추적장치(GPS)에 의해 정밀하게 유도돼 목표물을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똑똑한) 폭탄이라는 이름 값을 하는 셈이다. 스마트 폭탄 개량형인 JDAM은 GPS방식으로 유도되는데,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 정밀 표적유도는 질병과의 전쟁에도 활용된다. 스마트 약(smart pill)이 바로 그것이다. 혈관을 통해 질병 부위를 찾아가서 암세포 등 표적세포만 파괴하는 똑똑한 알약이다.
질병 부위를 정확히 공격하니 치료 효율도 높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항암 치료제인 글리벡(백혈병)이나 이레사(폐암) 등도 스마트 약에 속한다. 약물을 표적까지 온전하게 운반하는 약물전달 시스템 개발에는 BT(바이오기술), IT(정보기술), NT(나노기술)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융합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 방한 중인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학 교수가 한 강연에서 대북정책에 스마트파워 접근을 제안했다. 북핵 등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하드 파워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위주의 하드 파워와 문화 및 아이디어 등을 통해 자발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소프트 파워를 하나로 묶은 종합 전략이 그가 강조해온 스마트 파워다. 스마트 파워는 정치외교적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해 성취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폭탄이나 스마트 약을 닮았다.
▦ 나이 교수는 지난해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스마트 파워 공동위원장을 맡아 미국의 미래를 위한 스마트 파워 정책을 내놓았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군사력을 앞세운 일방주의가 미국의 위상과 지도력을 추락시켰다면서 세계인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명박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은 이런 스마트 파워적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물렁한 대북정책에 대한 당연한 반동이겠지만 북한의 변화를 정밀하게 겨냥한 똑똑한 대북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