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지난 해 8월 5%로 올린 이후 6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 조짐이 금리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지금은 경기하강 위험보다 물가불안을 관리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다. 이런 판단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금통위가 국내외 변수를 두루 감안해 내린 결론이라면 일단 존중하는 것이 옳다.
한은이 밝힌 금리동결 배경은 국내 경기가 수출 신장세에 힘입어 상승 기조라는 점,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 경기부진 등으로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 고유가 영향 등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 세 가지다. 금리의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반된 상황이 뒤섞여 있어 결정을 내리기 쉽지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인플레이션과 경기하강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양쪽 위험을 좀더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4%대로 낮춰 잡고 있고 이미 수출과 소비 등에선 적신호가 울리고 있는데, 한은이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물가불안은 유가 등 주로 공급쪽 요인이어서 어느 정도 인플레는 용인해도 무방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런 비판에 대해 "불확실성이 클수록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통위가 선제적 대응을 제대로 했느냐는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지표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해도 기업과 가계의 심리적 위축과 불안은 갈수록 커지는 까닭이다.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고심만 토로하고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예측이 어렵다고 추세만 따라가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차기정부 출범 이후로 결정을 미룬 것이라는 오해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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