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난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전제 아래 사실상 협상시한을 15일로 다시 늦추었지만, 일부 부처의 존폐에 대한 통합민주당과의 시각 차가 워낙 커서 원만한 협상타결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새 정부 출범이 11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정부조직의 근거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은 어떻게 보든 결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협상이 끝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국무위원 1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국회에 요청하는 희한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설사 뒤늦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25일의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추려면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서두르게 마련이니, 절차적 부실 또한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꾸리겠다는 새 정권의 구상에 따른 당연한 귀결인 데다 상당한 국민적 합의를 추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정권담당자들의 구상은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 따라서 부분적 수정 요구는 타당할 수 있지만, 본질적 취지를 해칠 정도의 수정 요구를 들고 나온다면 다른 정치적 고려를 의심하게 된다.
통일부를 존치해야 할 필요성에 우리는 일찌감치 공감해 왔지만, 솔직히 해양수산부나 여성부가 반드시 독립부처로 남아야만 한다는 통합민주당의 주장에서는 '대결을 위한 대결' 자세가 엿보인다.
한나라당 측의 자세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국민과 정치권의 공감과 합의를 구하는 데 소홀했다. '실용주의' 기치만으로 만사가 일사천리로 풀릴 것으로 여겼다면 비현실적 낙관론이고, 출범을 앞둔 새 정권의 '필연적' 정당성을 믿었다면 독선적이다. 늦게나마 반대당과의 진지한 대화와 설득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다행이다.
벌써 많이 늦었다. 나중의 책임 비난을 피하려는 '네 탓' 궁리를 하는 대신 최대한 서둘러 타협점을 찾는 것이 양측의 당면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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