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려가는 경기와 올라가는 물가 사이에 갇혀 버렸다. 다만 경기하강위험과 물가상승위험 가운데 조금씩 경기 쪽으로 균형추가 기우는 분위기여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소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이달 콜금리 목표를 연 5%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경기 하강 가능성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모두 고려해서 균형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금리 인하 요인(경기 하강)과 동결 요인(물가 상승)이 팽팽한 만큼 관망하면서 저울질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기는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지표로 나타난 것은 없다. 반면 물가는 현재 매우 높고 금세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하반기에는 점차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금은 경기 지표가 여전히 괜찮은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는 하강 압력이 커지는 대신 물가는 다소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전에 비해 경기에 대한 우려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공식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시사점이 빠져 있는 점으로 미뤄 당장 다음달 중 ‘액션’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많이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론 주장의 근거가 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차이 확대(2%포인트)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우려에 대해서 “내외 금리 차 확대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으로 외국 자본이 유입될 유인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자 유입은 금리차 뿐 아니라 환율 등 여러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크게 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콜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리가 일제히 떨어졌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5.08%로 마감했고,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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