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12일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과 인공위성 등 우주 물체에 대한 무기사용 및 위협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약 초안을 공동 제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 공세로 일축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중ㆍ러의 제안과 미의 거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MD망의 동유럽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 따른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리바오둥(李保東) 제네바 중국 대표부 대사는 유엔군축회의가 열린 이날 제네바에서 종전부터 밝혀온 ‘우주 무기 배치 및 우주 물체를 상대로 한 위협 및 무력 사용 금지 조약’의 초안을 공식 제안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 국가가 우주에 무기를 배치할 경우 타 국가도 경쟁적으로 배치하는 연쇄적인 결과가 초래돼 우주는 군비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초안이 실행될 경우 인공위성을 통해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MD체제가 우주 내 군비 배치로 간주돼 미국은 MD망을 구축할 수 없게 된다. 미 국방부는 MD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위성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연구를 하기로 하고 의회에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기술적 우위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은 이 초안이 현재 진행되는 MD망 구축 자체를 봉쇄하고, 폴란드와 체코에 설치중인 미측의 MD망 기지를 저지하려는 외교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해 1월 미사일로 통신위성을 격추시킨 사실을 거론하면서 중ㆍ러의 제안이 지상 발사 미사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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