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거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진통 끝에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정식 상정됐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비준안을 제출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도 순탄치는 않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전날 통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회의장을 변경해야 했고,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외중에도 민노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옮겨진 회의장의 출입문을 막고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 뒷문을 이용해 입장했다.
당연히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원웅 위원장은 "11일 회의가 유회된 데 이어 오늘도 회의장이 점거돼 장소를 바꿔 개최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며 "다시는 반(反) 의회적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도 "회의장에 뒷문으로 들어온 것은 국회의장이나 사무총장의 무책임과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의 진통이 무색하듯 비준안 상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당 최성 의원만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비준안 상정 이전에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비준안 상정 안건에 대해 기권의사를 밝혔을 뿐 찬반 토론조차 전혀 없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 밖에서 시위중이었다.
비준안에 대한 대체토론 과정에서는 "미 의회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최성 의원과 "2월 국회에서 의결이 돼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송민순 외교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또 일부 의원들이 미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압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비준안이 통외통위에 상정은 됐지만 17대 국회에서의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처리 시기를 놓고 신당과 한나라당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참여정부가 비준안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미 의회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먼저 결정하자"는 등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지만, 신당측에서는 "미 의회 비준 시기와 연계하는 게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통외통위가 이날 결정한 15일 공청회 역시 찬반론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추가 공청회나 청문회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김원웅 위원장은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3월에 상임위를 개최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4월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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