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입증 어려워 힘들듯
숭례문 소실과 관련,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 소방 당국, 경비업체 등 관련 기관 및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경찰이 13일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모(70) 씨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지었다고 보고 이들 행정기관과 경비업체를 상대로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은 이미 불이 난 10일 밤 숭례문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중구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을 불러 불이 난 이유와 소방 법규를 지켰는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경찰은 특히 근무자가 퇴근한 오후 8시 이후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근무자가 근무 시간과 경비 순찰을 규정대로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중구청이 올해 8월까지 에스원과 매달 30만원을 주고 경비를 맡겨오다가 지난달 말 갑자기 KT텔레캅으로 경비 업체를 바꾼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중구청이 ‘5년 동안 무상으로 경비 용역을 제공하겠다’는 KT텔레캅 제의에 따라 경비 업체를 변경한 만큼 이 과정에서 어떤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살펴본다는 게 경찰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문화재청의 숭례문 관리 관계자들의 경우 직접적인 관리 책임은 없지만 모든 문화재 관리ㆍ감독을 맡고 있는 만큼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소방 당국도 화재 진압 과정에서 초동대처가 미흡했고, 소극적인 진압으로 불을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평소 소방 안전 점검을 제대로 실시했는지 여부, 출동 당시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과실은 없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무원들이 일부러 진화 작업을 소홀히 했거나 임무 수행에 있어 중과실이 없는 한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숭례문 방화 사건의 경우 고의로 불을 낸 범인이 있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의 책임이나 실수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기와를 빨리 제거하지 못해 불을 키웠다는 점은 사실 관계 이전에 현장 상황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과실을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재 관련 사고의 경우 공무원 처벌 규정이나 전례가 없는 것도 형사 처벌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관련 기관에 의한 징계 정도로 책임 문제는 매듭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