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10 월드컵축구 예선전 남북 대결이 북한의 억지 때문에 자칫 제3국으로 장소를 옮겨야 할 형편이다. 북한이 최근 실무협의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한반도기와 아리랑으로 대신하자고 고집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달 말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축구연맹(FIFA)에 중재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제3국 개최가 불가피하다.
북한의 요구는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 남북 간의 다른 사안과 달리, 국가대표팀 A매치인 월드컵축구 예선경기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FIFA 규정에 명시된 사항으로 애초 협상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남북 대결구도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연한 시비다. 북한 측은 대표팀 유니폼에도 한반도기를 붙여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북한 측은 남북화합 명분을 내세워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도, 우리 응원단 방북에는 "인민들이 열렬히 응원해줄 텐데 굳이 남측에서 올라올 필요가 있느냐"며 거부했다. 취재기자도 우리쪽에서 50~85명을 제시했지만, 한 자리 숫자로 제한할 것을 고집했다. 선수단의 육로 이동도 단호히 거부했다.
북측이 대규모 응원단 방북과 육로 이동 등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 처지에서 평양 김일성 경기장 등에 남쪽 응원단의 태극기 물결이 넘실대는 것을 꺼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스스로 참가한 국제대회 규정마저 무시하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요구에 타협해서는 안 된다. 다른 정치적ㆍ인도적 사안에는 너그러울 필요가 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제3국에서 경기를 치르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옳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 국면에서 나름대로 전략적 게임을 위해 북핵 등 모든 현안에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월드컵축구와 같은 비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국제적 룰을 존중하고 화합을 추구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는 것이 여러 모로 이롭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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