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 이는 고유가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30여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확산되고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현재 각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30여개국, 440여기에 이르지만,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인 원전은 36개국, 349기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가히 원자력 중흥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도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최대 21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 원전비중을 현재의 27%에서 37~42%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존자원이 빈곤한 우리가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 환경보존에 기여하기 위해선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 발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원전 건설에 필요한 천문학적 재원을 조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20여기의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선 1기 건설비용을 2조 5,000억원으로 잡더라도 최소 5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연간 총 수입은 5조 5,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투자보수율(자본수익률)은 적정치 6%에는 훨씬 못 미치는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 등 특단의 조치가 어렵다면 건설비 대부분을 차입하는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 증가는 한수원이나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분야의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준조세 성격의 기금 징수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한수원은 법인세를 제외하고도 매년 원전 주변 지자체에 지역개발세 800억원(kWh당 0.5원), 사업자지원 사업비 463억원(〃0.25원), 원자력 R&D 비용 1,800억원(〃1.2원) 등을 지불한다. 방폐장 유치지역 특별지원금 등 막대한 부대비용도 지출했다.
갖가지 준조세는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저해요소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원전 주변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은 법적지원금 이외에도 다양한 부대사업 지원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발전소 부지 마련도 힘든 숙제다. 원전 특성상 부지 선정에서부터 준공까지 20여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시급한 과제다.
차제에 전력수요의 4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 중부권에 원전을 건설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수도권의 원전 건설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가져와 경제도약의 발판이 되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의 전기요금은 프랑스의 74%, 일본의 61%, 영국의 57% 수준에 그친다. 지난 20여 년간 물가는 200%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 인상률은 3.3%에 불과했다.
이는 무엇보다 국내 전력의 40% 정도를 가격이 싼 원자력이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1, 2차 오일쇼크 이후 도입한 원전이 과연 국가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재평가 해봐야 할 것이다.
이젠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대안 없는 반대만 계속할 것인지, 실리를 선택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발전 30주년을 앞두고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과도한 요구 등은 자제하고 우리 모두 '국가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한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윤종근 한국수력원자력 경영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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