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13일 과거 원주민(Aborigine) 탄압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동료 호주인(원주민)에게 깊은 슬픔과 고통, 손실을 안긴 역대 정부 및 의회의 법률, 정책들에 대해 사과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도둑맞은 세대’로 불리는 원주민 어린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수 천명의 원주민 어린이들은 1915~69년 무려 54년 간 ‘동화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부모와 생이별해 강제로 백인 가정에서 양육되는 비극을 겪었다.
호주 정부는 사과문에서 “우리는 ‘도둑맞은 세대’와 그 후손의 고통과 아픔, 가족에게 사과한다”고 명시했다. 의회는 러드 총리가 발의한 원주민에 대한 사과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존 하워드 전 총리는 과거 세대의 책임을 현 세대가 떠맡아야 한다는데 반대했지만,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러드 총리는 원주민에 대한 사과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도둑맞은 세대’ 단체들을 대표한 톰 칼마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존엄과 희망, 상호존중을 선택했다”고 반겼다.
영국인들이 1788년 시드니에 정착하기 전 수천년 전 동안 수렵활동을 해온 원주민은 역대 백인 정권 아래에서 가혹한 탄압을 받았고 지금도 가난과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다. 약 46만명으로 인구(2,100만명)의 2%에 불과한 호주 원주민은 평균수명은 일반 호주인보다 17년이나 짧고 영아사망률과 실업률도 높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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