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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열병' 빠진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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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열병' 빠진 말레이시아

입력
2008.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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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전갈과 한방에서 오래 지내기, 피자 빨리 먹기, 손목으로 계란 많이 깨기… .

말레이시아인들이 갖고 있는 기발한 세계 기록 타이틀이다. 기록 보유 종목도 2,000가지 이상이다. 사소하거나 기괴한 종목을 끊임없이 고안해 끊임없이 기록 깨기 경쟁을 하는 것 같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CSM)는 12일 현기증 날 정도로 뜨거운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기록 깨기 열풍을 소개했다.

CSM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TV는 매주 각종 기록 깨기 경기를 방송하고 정부 관리들은 경기의 감독 및 기록 경신 승인에 나서고 있다. 가장 긴 방파제, 가장 긴 연필, 가장 큰 싱크대 등 일상적이고 사소한 분야까지 ‘더 크거나 더 빠르거나 더 좋은’ 기록 경신 행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세계적인 기록 모음집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은 아니다. 상당수가 어처구니 없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거부됐기 때문이다.

대신 말레이시아는 1998년부터 ‘말레이시아 기록북’(MBR)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기록 경연을 즐기고 있다. 대니 오이 MBR 발행인은 “기네스북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 고유의 것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씨가 가장 좋아하는 기록은 만리장성을 가장 큰 말레이시아 국기로 덮은 경기.

2003년 대학생 23명이 길이 3.2㎞의 대형 국기로 4시간 17분에 걸쳐 만리장성을 덮은 것으로 2000년 길이 2㎞ 국기로 덮은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기록 깨기 열풍은 1990년대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말레이시아는 할 수 있다’ 캠페인에서 유래한다고 CSM는 분석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2020년 세계 1등 국가를 만들겠다며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등 ‘할 수 있다’ 정신을 고취시켰다.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 위기로 큰 타격을 입어 2003년 물러나긴 했지만 그의 ‘할 수 있다’ 정신이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겠다는 기록 경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민 모두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한 시민은 “100m 달리기에서 세계 기록을 깬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한번에 가장 많은 소시지를 먹는 것을 누가 알아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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