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숭례문 화재로 옷을 벗었다.
2004년 9월 취임한 유 청장은 역대 어느 문화재청장보다 의욕적으로 문화재 행정을 이끌어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끌어올렸지만 뜻밖의 참사로 얼마 남지 않은 참여정부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유 청장은 12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3년6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소신껏 일한 것이 영원한 보람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국보1호 숭례문을 소실시켰다는 불명예, 어쩌면 죽은 후에도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안고 떠나게 되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재임 3년6개월 동안 일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많은 구설을 몰고 다닌 유 청장이 숭례문 소실에 책임을 지고 청장직을 물러나게 된 상황은 평소의 그에 대한 인상처럼 평이하지 않았다.
유 청장은 숭례문이 불타던 당시 네덜란드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는 구설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결재를 받고,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공무로 출장을 간 것"이며 외유성 해외출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남 강진의 하멜기념관 보완 문제를 하멜의 고향 호란험시 시장과 논의했고, 개인이 운영중인 헤이그의 이준열사기념관을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문제를 네덜란드 주재 대사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조선왕릉과 남해안공룡발자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두었으나 숭례문 화재로 급거 귀국했다고 했다.
유 청장은 항상 자신을 '문화재계 인사'라고 말할 만큼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문화재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튀는 언행으로 많은 말을 들었다.
2005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인 광화문 현판을 영조의 글씨로 교체할 것을 추진하다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광화문과 충남 아산 현충사를 비교하면서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라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다"라고 해 아산 시민과 이순장군 후손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같은 해 평양에서 열린 6ㆍ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해서는 북한 영화 주제가를 불렀다.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 화재로 소실된 보물 497호 동종(銅鍾)을 복원한 뒤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으려다 눈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경기 여주 영릉의 재실앞에서 숯불과 LP가스통을 갖다 놓고 음식물을 해먹고, 정부 예산으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 자신의 저서를 구입해 문화재청 방문객들에게 기념품을 제공한 것이 회자됐다. 나의>
그는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청장 자리를 떠나면 가장 먼저 다시 파리의 유네스코 마쯔우라 사무총장과 프란체스코 반달린 세계유산연구소장을 만나 문화재청장으로서 못다한 몫을 할 것"이라면서 "숭례문 복원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고 싶다"고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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