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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흥인문도 숭례문 꼴 만들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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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흥인문도 숭례문 꼴 만들텐가"

입력
2008.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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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용의자가 "경비 시스템이 허술하고 접근이 용이해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골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전ㆍ방재 대책 없는 문화재 개방 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화재 예방이나 관리에는 관심 없이 성과부터 과시하려는 전시행정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문화재 개방은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채 역사 속에 박제돼 있던 문화재를 시민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취지로 최근 몇 년간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05년 경복궁 내 경회루와 창덕궁 비원 개방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북악산 서울성곽, 경복궁 건청궁, 효종과 인선황후의 쌍릉인 영릉(寧陵) 등이 개방됐다.

숭례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이던 2006년 3월 도로에 막혀 고립돼 있던 숭례문 일대를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하겠다며 광장을 조성한 후 개방했고,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도 6월 이후 개방될 예정이다.

문화재 개방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을 이루며 많은 호응도 얻고 있지만, 방재 대책은 숭례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심각하다.

회사원 양모(35)씨는 "숭례문뿐 아니라 다른 문화재들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안전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흥인지문을 비롯해 문화재 개방을 잠정적으로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미국대사관 앞의 전경버스 한 대만 개방 문화재에 배치했어도 이 같은 어이없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대책 없이 문화재를 개방한 서울시와 문화재청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1ㆍ여)씨도 "그동안 개방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도 안전 대책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이 정도까지 무방비인 상태로 개방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개방 소식에 반가워만 했던 게 어처구니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 시절 숭례문을 일반에 개방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도 들끓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54)씨는 "이명박 전 시장이 안전 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숭례문을 개방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며 "인기를 얻으려 무턱대고 개방한 조바심이 국보 1호를 태워먹은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 네티즌은 이 당선인을 향해 "99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한다며 숭례문을 열어 젖히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과시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마치 대단한 업적인 양 자랑했으면서 정작 관리는 왜 안 하셨냐"고 따졌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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