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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왕따당하면 어쩌지… 또래도 없는데" 조기취학 갈수록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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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왕따당하면 어쩌지… 또래도 없는데" 조기취학 갈수록 시들

입력
2008.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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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에 사는 류모(36)씨는 올해 만 5세인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작정이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신체발달도 빠른 편이어서 조기취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일찍 보내 영재를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작용했다.

그러나 류씨의 이런 계획에 대해 시누이는 “아이를 ‘왕따’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반대했다. 결국 류씨는 “재고해 보라”는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를 내년에 취학 시키기로 결심했다.

만 5세 어린이의 취학이 매년 급감하면서 1996년 도입된 조기취학제도 근간 마저 흔들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조기취학을 통해 우수 어린이의 영재성을 조기에 개발한다는 정책 목표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2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5세 조기취학 어린이는 총 2,296명으로 전년(2,817명)에 비해 521명이 줄었다. 3년째 내리막이다. 2004년(4,434명)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며, 조기취학 제도 도입 초기인 99년(8,862명) 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조기취학이 크게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의 ‘왕따 염려증’이다. 만 5세 아이의 지능과 신체발달이 취학 연령인 만 6세 못지않다 해도 입학을 하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이윤경 서원대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유치원생 학부모 9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43.7%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자신감을 잃을 것’이라는 이유로 자녀의 조기취학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5%는 ‘친구들보다 어려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조기취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 학교생활 부적응에 따른 자신감 상실과 소외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모가 많은 것이다.

최근 만 6세 어린이의 취학유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점도 조기취학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를 최대한 늦게 입학 시키는 것이 대세여서 조기취학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조기취학생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취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이 없는 점도 조기취학 감소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조기취학생만으로 학급을 따로 만들어 특화된 교육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형평에 어긋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일주 공주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영재성을 개발한다면서도 특별대우를 해줄 수 없는 게 조기취학제도의 맹점”이라며 “사실상 사회적 실효성을 잃은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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