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예상대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안 거부권 행사 여부와 같이 정치적 관점에서 논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법안 자체가 여야 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어서 대통령이 특정 정파를 지원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은 사실 상당히 기술적인 문제다. 2001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분양자들은 분양가의 0.8%를 학교용지부담금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왔다. 그런데 그 근거가 되는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5년 3월 '의무교육 비용을 특정인으로부터 징수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환급법안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그 동안 부당하게 부담금을 낸 사람들에게 납부금을 돌려준다는 취지이다. 문제는 법안은 환급금을 국고로 마련하도록 한 반면, 정부는 부담금을 받아 집행한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인 만큼 환급금도 지자체가 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는 정부 입장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부 이유 중'기존에 위헌 결정이 난 조세, 부담금에 대한 환급 요구가 잇따를 것이 우려된다'는 부분은 부당하더라도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여서 이해하기 어렵다.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그러지 않아도 지방교육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환급금은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환급 대상자 입장에서도 국비로 환급금을 일괄 책정하고 지급 사무만 지자체가 맡는 것이 절차 상 편리할 것이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차기 국회에서 다시 조율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법안에 이미 환급 개시 시점을 8월로 예고한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취지를 존중하고 지급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함으로써 피해자 구제를 하루라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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