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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첫 국민참여재판, 검찰·변호인 "배심원 잡아라"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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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첫 국민참여재판, 검찰·변호인 "배심원 잡아라" 팽팽

입력
2008.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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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가하는 국민참여재판이 12일 대구지법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법관이 중심이던 기존 재판과 달리 배심원단이 양형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2시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윤종구) 심리로 열린 재판은 시작 10분 전에 이미 방청석 사이 통로까지 참관인 등으로 꽉 들어찰 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7시간을 넘긴 공판과 평의 끝에 재판부는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결론을 그대로 인용, 사법 사상 첫 배심원 재판은 일단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검찰과 변호인, 배심원 사로잡으려 각축

이날 배심원단에 주어진 과제는 지난해 12월 벼룩시장에 실린 전세방 광고를 보고 대구 남구 A(70ㆍ여)씨 집에 찾아가 집안을 둘러보는 척 하다가 강도로 돌변해 A씨를 폭행, 전치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된 이모(26)씨 사건에 대한 평결. 재판장의 주의사항 고지와 배심원단의 선서로 시작된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와 사진 자료 등을 동원해 사건개요를 쉽게 설명하고 어려운 법률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등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크게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이씨가 A씨를 병원에 입원시킨 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것을 자수로 볼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미국 법정드라마에서 봄 직한 열띤 설전이었다. 피의자를 상대로 서면자료를 읽고 말았던 지금까지의 우리 법정 모습과는 딴 판이었다.

검찰은 이씨의 검거가 A씨의 이웃 B씨의 신고로 이루어진 점을 들어 자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B씨가 이씨를 도와 A씨를 병원까지 부축하고 간 후, 병원에서 A씨의 상처가 가볍지 않음을 확인하고 신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씨가 충분히 달아날 수 있었던 정황을 강조하며, B씨에게 먼저 "내가 강도를 했으니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기 때문에 체포가 아닌 자수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이밖에도 이씨의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24)을 증인으로 신청, 배심원단의 동정심을 사려는 작전을 폈다. 변호인은 이씨가 퀵서비스 오토바이 기사로 일하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미혼모인 동생의 생활비를 대던 중,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사채를 쓰는 바람에 큰 곤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9개월 된 딸을 안고 나온 이씨의 여동생이 증언을 하는 동안, 일부 배심원은 남매의 안타까운 사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검찰도 배심원단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 A씨의 상처부위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이씨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도 배심원 평결에 만족

4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이 끝난 후, 배심원단은 평의실로 자리를 옮겨 유ㆍ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평의에 들어갔다. 이때 전체 배심원단 12명 중 사전에 추첨을 통해 정해진 3명의 예비 배심원은 배제됐다. 예비 배심원은 다른 배심원들의 유고에 대비해 선정되지만, 평의 직전까지는 누가 예비 배심원인지가 공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뒤늦게 평의에서 배제된 예비 배심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1시간30분 만에 다시 법정에 들어선 배심원단은 이씨의 자수 사실을 인정, 만장일치로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평결도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며 이씨에게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장인 윤종구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난 후 "배심원들이 장시간의 평의를 통해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했고, 만장일치 의견을 내줘 고맙다"고 시민 배심원단의 결정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30대 회사원 김모씨 등도 "판사와 검사, 변호인측이 쉽게 설명을 해서 (어려운 법률 용어 등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논의를 하다보니 평결도 생각보다 쉽고 합리적으로 풀렸다"고 말했다.

대구=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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