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모던포크의 방향타를 제시했던 1989년 <여행스케치> 앨범의 기획자, DJ.DOC의 히트곡 <슈퍼맨의 비애> 의 작곡가, 가수 김범수와 손호영, 개그우먼 김미려의 보컬 선생. 슈퍼맨의> 여행스케치>
그리고 <귀로> 의 그녀…. 박선주(38)의 프로필을 읽다 보면, 그에게 어째서 부담스럽기만 한 ‘가수 위의 가수’, ‘가요계의 대모’ 라는 별칭이 달라붙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귀로>
1989년 강변가요제 은상 수상부터 따지자면 박선주의 음악 인생은 어느새 19년째. 그런데 농익은 경력에 비해 그녀의 음반은 지난 연말 발매된 <드리머ㆍdreamer> 로 겨우 5집에 이르렀을 뿐이다. 선수보다는 코치 역할에 충실했던 탓일까. 대중은 <소중한 너> 이후 가수로서의 그녀를 잊은 듯도 했다. 소중한> 드리머ㆍdreamer>
10년 만에 내놓았던 지난 4집은 분장이 가득한 경극을 들여다보듯 화려했다.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대중성은 접었던 앨범이었다. 음악적 욕심을 털지 못한 무게감도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집 <드리머> 는 경쾌한 연극무대를 감상하듯 담백해졌다. 가벼운 기타음과 브리티시록을 연상케 하는 박선주의 보컬이 대중에게 부담 없는 손짓을 보낸다. 앨범발표에 이어 15, 16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은 한층 대중 앞에 다가선 그녀 생애 첫 소극장 공연이다. 대중으로의 ‘귀로’를 선택한 그녀를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드리머>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한 소극장의 느낌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죠. 사실 이전에도 이런 공연을 원했는데, 뭐랄까 저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굳어져 기획사들이 대극장을 잡아오느라 기회가 닿질 않았어요.”
‘가수 위의 가수’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 먼저 물었다.“어휴, 당연히 말도 안되죠. 음악 하는 사람은 다 똑같은데…. 그런데 이렇게라도 제 이름이 대중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게 사실 감사합니다. 다만 민망할 따름이죠. 차라리 전 가요계의 유모라는 별명이 맞지 않을까요. 하하. ”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세를 떨친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가수는 누구였을까. “딱 한 명을 꼽으라면 김범수입니다. 지금은 최고의 가창력을 선보이지만 범수가 이전엔 그렇게 노래를 잘하지 못했어요. 그 친구는 유독 노력을 심하게 했어요. 제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잘 가르친 것보다 본인의 열정이 뛰어났어요. 쉽게 아이돌 스타 이미지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솔로가수의 험난한 길을 선택하고 보컬 공부를 부탁했던 손호영도 베스트죠.”
박선주는 우리 가요계에선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다. 데뷔 이후 전 곡을 만들고 제작하고 부른 경력 자체를 그녀는 자신의 경쟁력이라 말한다. “혼자 다 하니까 일단 제작비가 적게 들어서 경쟁력이 있고요, 콘셉트를 정하고 곡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좋죠. 가수 역할 뿐 아니라 여러 파트를 경험한 덕분에 이 바닥의 흐름을 잘 읽어요. 요즘 이런 음악이 되는구나를 쉽게 파악하죠.”
갈수록 척박해지는 음악시장, 박선주는 독기가 흩어진 가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음악도 예술의 자식인데, 당연히 가수는 날이 서 있어야 하잖아요. 집중력과 긴장감이 부족해요. 자기가 원하는 음악만 골라서 듣고 겉핥기 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자세가 문제입니다. 그냥 기획사와 잘나가는 작곡가들이 주는 곡들을 스스로 해석 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러면 대중은 금세 싫증을 느끼고…. 자기 무덤을 파는 것 아닐까요. 이러면 가수가 아니라 광대에 그칩니다.”
적지 않은 나이, 조급함에 시달릴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차분하다. “버림의 미학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장르에 매달렸던 이전 앨범과 달리 이번 5집에선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록을 편하게 불렀어요. 30대 중반을 넘어서니까 인생이 보이고 음악에도 눈을 뜨는 것 같아요. 이제 겨우 5집 가수이니까 할 게 많다는 점도 더욱 희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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