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번번이 깨지고 마는 개미들에게 전문가들은 종종 ‘기관을 따라 사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개인에 비해 월등한 정보력에다, 하루종일 투자만 고민하는 기관투자자를 단순히 따라만 해도 최소한 ‘헛발질’은 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요즘 같은 조정장에서는 또 하나의 장점이 따라 붙는다. 운용자금의 규모가 큰 기관이 사들이는 종목은 기본적인 수요가 받쳐준다는 점에서 그만큼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낮다. 올들어 하락장에서도 꾸준한 매수로 증시 전체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금의 관심 종목을 추적해 보자.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9조원 가까이 순매도 행진을 벌이는 동안, 연기금은 오히려 1조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기금들이 운용자금 가운데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다, 장기투자라는 고유의 목적에 맞게 주가가 떨어졌을 때를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운용규모 면에서 전체 연기금의 80~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투자금의 주식 비중을 13.5%까지 늘린데 이어, 올해는 17%까지 확대키로 했다.
국민연금에서만 지난해 8조2,000억원이 증시에 순유입됐고 올해도 11조원 가량이 추가로 쏟아져 들어올 참이다. 연기금은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사 기관투자자와 달리 고객의 잦은 환매요청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장세에 따라 계획이 변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 2년간 하락장을 전후한 투자 성적표도 준수했다. 연기금은 2006년 5~6월과 2007년 7~8월 하락장에서 매도에 열을 올린 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단순히 하락장이 끝나고 반등한 2달 동안만 봐도 연기금의 매수 종목들은 대체로 빼어난 성적을 보였다. 특히 2006년보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진 2007년 하락장 직후 수익률 상승폭이 더 높아 연기금의 영향력이 투자규모에 비례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우증권 임태근 연구원은 “연기금 매수 종목의 상승 요인은 해당 종목의 보유주체 연기금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과 하락장에서도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유지해 다른 종목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앞서 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조정장 역시 외국인에 비해 연기금의 상대적인 매수강도가 강한 시기다. 임 연구원은 “올들어 연기금이 대거 매수한 종목 역시 앞으로 전망이 밝다”며 “다만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단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따라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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