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니, 하고 가슴이 아릴 정도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물론 자고 나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생활한다.
나의 잘못을 아는 사람이 드물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거의 만나지 않는 사람이고, 또 내가 공적인 삶을 살지도 않고, 과거의 잘못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필요가 없는 평범한 일개 소시민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나의 잘못은 어떤 한두 사람과 관계되는 것이었기에 그 사람에게만 미안할 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미안할 필요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잘못에는 너그럽지만, 정치인의 잘못에는 냉혹하다.
저 정치인의 과거 경력에 오롯이 빛나고 있는 크나큰 잘못은, 최소한 수백 만 명에게 상처를 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하나도 미안해하지 않고 너무나도 당당히 공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당 과거의 전력 때문에 그가 일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그의 활약을 무조건 헐뜯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의 막가파식 밀어붙이기는 진실로 두렵다. 나의 잘못은 나에게서 우리 가족에게서 끝나지만, 저 훌륭한 정치인의 잘못은 3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수백 만 명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