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 집앞서 검거경쟁… 한화회장 폭행사건때도 주도권다툼 '악연'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모(70)씨 검거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수사라인과 산하 남대문경찰서가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양 측의 '악연'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해 김승연 한화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당시 수사 주도권 다툼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채씨의 주거지인 강화도에서 범인 검거 경쟁을 벌였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11일 채씨가 살고 있는 강화도 전처 집에 먼저 도착한 것은 서울청 강력계 형사들이었다. 이들은 문화재 방화 관련 전과자 조회 등을 통해 2006년 창경궁 방화 이력이 있는 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 오후 7시께 채씨 전처 집에 들이 닥쳤다. 하지만 채씨는 집에 없었다. 20여 분 뒤 역시 전과자 조회와 관련 첩보를 접한 남대문서 형사들이 목격자와 함께 채씨 전처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서울청 수사팀은 채씨 집을 나서 마을 탐문수사를 택했고, 남대문서 형사들은 채씨 집 주변 잠복 근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7시40분께. "채씨가 마을회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서울청 수사팀은 마을회관 앞에서 채씨를 발견, 11일 행적을 조사한 끝에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보고 30분 후 긴급체포한 뒤 서울청으로 데려갔다. 남대문서 형사들로서는 눈 앞에서 채씨를 빼앗긴 셈인데, 이에 대해 김영수 남대문서장은 "강화도에 도착한 직원들이 '서울청 수사팀이 먼저 왔다'고 보고해 양보하고 철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경찰 관계자는 "두 팀이 채씨 집에서 마주쳤고, 각자 판단으로 움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대문 수사팀은 당시 상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해 김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때는 서울청 광역수사대 소속 오모 경위가 가장 먼저 첩보를 입수, 수사를 했으나 남대문서로 수사주체가 바뀌었다. 그러나 남대문서 수사팀은 사건 처리에 미온적이었고, 결국 한화 측의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남대문서와 서울청 수사라인이 옷을 벗거나 사법처리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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