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12일 총선 공천 신청자 전원에 대한 면접 심사를 시작으로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공심위는 이날 서울 20개 지역구 90여명에 대해 첫 면접을 실시했다. 공심위는 2주 동안 예비후보 전원에 대한 면접 및 서류 심사를 진행해 후보를 3배수 정도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날 면접은 흡사 입사 면접시험 분위기였다. 면접은 각 지역구별로 공천을 신청한 후보를 한꺼번에 불러 가나다 순으로 앉게 하고 공통질문 1개에 대한 답을 들은 뒤 공심위원들이 자유롭게 특정 후보에게 1,2개 질문을 추가로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인당 면접 시간은 대략 3~5분 정도였다.
이날 공통질문은 '의원이 되면 의정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포부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각 후보들은 1분 이내에 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마다 진땀을 뺐다. 한 후보는 "입사 시험 면접 이후 18년 만에 면접을 보는 셈이었는데 마치 심판을 받는 것 같더라. 예상보다 떨렸다"고 말했다.
자유 질문은 후보에 따라 매우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이를 테면 '신청한 지역구에 연고가 있느냐' '당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에게는 '왜 면제를 받았나', 직업을 정당인이라고 밝힌 사람에게는 '다른 직업은 없었느냐' 등이다.
또 여성 예비 후보에게는 '여성으로서 어떤 동기에서 정치를 할 생각을 했느냐', 당적을 변경한 후보에게는 '왜 당적을 옮겨 다녔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날 면접이 열린 서울 여의도 당사 6층 주변에서는 소란도 있었다. 탈당 전력 등을 이유로 전날 입당 보류 조치를 당한 박종웅 전 의원이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길 때는 언제고 이제와 입당 보류가 말이 되느냐"고 반발, 공심위원 면담을 요구하며 면접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박 전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민주연대 21' 회원 10여명도 함께 했지만 결국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 면접과 관련, 일부 현역 의원은 "압축 단계도 거치지 않은 신청자들과 모두 같이 면접 심사를 받으라는 것은 좀 그렇다"고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심위는 재선 이상이며 인지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현역 의원들은 면접을 생략하도록 결정했다. 따라서 이날 면접 대상 중 홍준표 의원은 면접을 보지 않았고, 박진 의원은 면접장에 나왔다 잠깐 인사만 하고 나가는 식이었다. 비례대표인 진수희 의원은 면접을 봤다.
이날 면접에 대해 "밀실, 편파 공천이니 하는 시비를 사전 차단하려는 수단"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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