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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바람아' 권선국 원없이 노래부르고 싶어 다시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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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바람아' 권선국 원없이 노래부르고 싶어 다시 무대로…

입력
2008.02.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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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인생의 맛 아는분들은 공감하실걸요

모든 것을 버렸다.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던 쓰디쓴 패배감, 고달픈 좌절감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까지 모두 비워냈다. 듀오 녹색지대에서 독립한 가수 권선국은 그렇게 한결 가벼워 보였다. 표정도 밝았고 눈에도 빛이 났다.

권선국은 녹색지대로 지독한 무명 생활 끝에 달콤한 인기의 맛을 봤다. 90년대 초반 녹색지대는 <사랑을 할거야> <준비없는 이별> 은 당대의 히트곡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러브콜에 행복감을 누린 것도 지금 생각하면 잠시 잠깐이었다. 듀오의 한 축을 맡았던 곽창선과 음악적인 견해 차이로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됐다.

2003년 재결합했지만 대중의 외면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 사이 큰 욕심으로 벌였던 사업은 어렵게 모았던 재산을 모두 탕진시켰다. 권선국의 데뷔 시절부터 일을 봐주면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던 매니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지인의 빈자리는 권선국을 그나마 얼마 남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정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세상과 이어진 끈이 힘없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무엇을 해도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하면 무엇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낚시나 하자 했죠. 버거운 세상을 등진 거죠,”

권선국은 경기도 옹진에 위치한 선제도에 자리를 잡았다. 낚시로 소일하며 속절없는 시간을 보냈다. 권선국을 당시를 “세월을 원망하지도 사람을 탓하지도 않고 찌만 바라보고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찾아오는 낚시꾼들에게 배를 빌려주고 낚시터 안내를 하며 생활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던 기억이 가물해지고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세월이 흘렀을 무렵, 권선국은 불현듯 노래가 하고 싶다는 열병에 휩싸였다. 억누르고 참아왔던 무대를 향한 마음은 어느새 권선국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 잊었다고 다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권선국은 결국 무대에 돌아왔다.

“이래도 한 세상이고 저래도 한 세상인데, 차라리 노래나 시원하게 부르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원없이 부르고 나면 안 좋았던 일들로 생긴 가슴 속 응어리도 풀어질 것 같았어요. 공백이 길어서 부담도 많이 했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제가 설 무대가 꽤 많았어요.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있죠.”

권선국은 국내에서 듣기 힘든 허스키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폭발적인 음색이 인상적이지만 기교도 함께 갖추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싱글 <바람아> 는 이런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록발라드 풍의 세미 트로트다.

권선국은 “남녀의 사랑을 담은 노래가 아니에요. 남자의 인생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지난 시절 힘겨웠던 제 인생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죠.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그런 일들을 가사처럼 바람결에 떠나 보내야만 하잖아요. 세월의 맛을 아는 분들이 들으면 공감하실 꺼에요”라고 말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냉철해지고 잊고 지내던 용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마음먹은 것을 실천하게 된다. 권선국은 녹색지대 시절보다 최근이 더욱 바쁘다고 했다. 권선국은 지방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을 고집하지 않고 지방 방송사의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노크하고 있다. 지방 팬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노래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존심을 버렸어요. 내가 예전에 누구였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마음을 고쳐 먹어요. 그런 면에서는 신인 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 발품을 팔면서 지방 방방곡곡을 돌아다녀볼 생각이에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해 주는 게 제가 살면서 가장 뜻있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제 어떤 일이든 두렵지 않습니다.”

사진=김지곤 기자 jgkim@sportshankook.co.kr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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