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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일본은 문화재 방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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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일본은 문화재 방재 어떻게…

입력
2008.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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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2시께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도치기(栃木)현 닛코(日光)시의 후타라산(二荒山)신사 본전 앞. 소방대원과 신사 관계자, 공무원, 시민ㆍ자원봉사자 등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결해 국가 중요문화재인 신사의 화재를 가정한 대규모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한 이날 훈련은 헬기도 동원하는 등 하늘과 땅에서의 입체작전으로 펼쳐졌다. 훈련 참가자들은 건물 자체에 대한 소화작업은 물론 신사 소장문화재의 대피방법과 다양한 현장 방재시설의 정상가동 여부를 꼼꼼히 체크했다.

훈련은 이날 일본 전국의 중요문화재 소재지에서도 동시에 실시됐다. 매년 1월 26일은 일본 정부가 정한 '문화재 방화(防火)의 날'이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2007년 4월 현재 일본의 중요문화재는 총 1만2,561건(보물 1,073건)이고, 이중 건조물 문화재는 2,306건에 달한다. 이날만 되면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지키기 위한 훈련이 일본 방방곡곡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문화재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방훈련의 날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뼈아픈 사건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1949년 1월 26일 세계 최고(最古) 목조건물로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사찰 호류지(法隆寺)의 금당(金堂)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금당벽화가 소실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순식간의 화마로 자신들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잃게 되자 일본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실의에 빠졌다.

결국 이 사건은 일본의 문화재보호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정부는 이듬해 문화재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재보호법을 만들었으며, 55년 '문화재 방화(防火)의 날'을 제정했다.

2007년 관련 예산 11억9,200만엔을 책정한 일본 정부는 각각의 문화재 주변에 첨단 방재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피뢰 시설은 물론 열감지기, 자동화재경보기와 소화펌프, 옥외소화전 등을 설치해 화재를 조기 발견하고 초기에 진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자체 등은 만일의 경우 타격을 줄 수 있는 문화재 주변의 나무를 제거하는 등 재해를 사전에 막기위한 환경 정비사업도 펼치고 있다. 화재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앤다는 취지로 문화재 주변의 일정 구역 내에서는 라이터 등을 소지하는 것을 금하는 조치를 취하는 곳도 있다.

일본 불교 성산인 와카야마현(和歌山縣) 고야산(高野山) 소재 일본 국보인 부동당(不動堂)에는 아예 건물 지붕에 물을 뿜는 방재시설이 설치되어있다. 또 문화재 주변에 여러 개의 물대포를 설치해 화재 발생시 소방차가 오기 직전까지 초동진화를 할 수 있도록 한 곳도 많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재 관리 및 소유자, 시민ㆍ자원봉사자들은 화재 등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일심동체가 돼 활동하고 있다. 올해 훈련에서 호류지의 승려들은 수장고에 모셔진 검게 탄 금당벽화의 잔해 등을 바라보며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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