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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치병 '무고' 법질서 다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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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치병 '무고' 법질서 다 흐린다

입력
2008.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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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륜 감추려 허위 고소

지난달 가정주부 홍 모(53)씨는 1심에서 무고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06년 5월 서울 청량리에 있는 한 무도장에서 박 모(63)씨를 처음 만난 후 불륜관계를 맺어오다 남편에게 발각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박 씨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거짓 고소한 것이다. 홍씨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 범행 은폐 위해 위증·위증교사

법원은 지난해 9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됐던 가정주부 신 모(65)씨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05년 11월 중랑구 면목동 성 모(41)씨 집에서 지인들과 화투를 치던 중 경찰에 적발돼 벌금 10만원이 나오자, 이에 불만을 품고 정식재판을 신청한 뒤 성씨 등에게 “나는 도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며 거짓 증언케 한 혐의다. 위증을 한 성씨도 불구속기소됐다.

무고ㆍ위증사범이 사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수사력 낭비, 소송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억울한 피해자 양산, 국민 상호간 불신 등을 조장하는 고소 남발과 무고ㆍ위증 같은 사법질서 저해행위가 ‘불치병’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지역 5개 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전체 사건 연루 자 59만5,000여명 중 고소 형태로 접수된 피고소인은 총 16만 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작년말 현재 피고소인 중 기소는 2만3,600여명(15%)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85%의 고소사건이 ‘헛방’이었던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소가 만연한 사회분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불순한 이익을 실현시키려는 사범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부부 혹은 동업, 심지어 내연 관계 등에 금이 갈 경우 상대방을 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고소하는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다른 사람에게 형사ㆍ징계 처분을 받게 하려고 허위 사실을 신고한 무고죄와 고의로 허위증언을 하는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각각 2,327명, 1,560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형사소송을 중시하는 잘못된 시민의식과 무고와 위증 등의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국내 사법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법정의개혁연대 조관순 집행위원장은 “형사소송은 고소장만 접수시키면 되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도 적게 걸리는 반면 민사소송은 비용도 들고 상대적으로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는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는 법정에서의 위증과 달리 검찰과 경찰 조사시 허위진술을 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며 “일부 사람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허위진술과 허위증거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으며, 결국 이런 것들이 커져 국민들이 검찰마저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찰이 강력한 단속에 나서 민사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만들거나, 민사 분쟁 사안에 관해 먼저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무분별한 고소를 일삼는 풍토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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