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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전문가들 "문화재 화재 대응 매뉴얼 마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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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전문가들 "문화재 화재 대응 매뉴얼 마련부터"

입력
2008.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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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화 실패와 전무한 방재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한 줌의 재로 불 태워 버렸습니다.”

대한민국 문화재의 상징에서 삽시간 만에 처참한 흉물로 변한 ‘국보 1호’ 숭례문의 전소를 목도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은 예견된 인재”라며 “문화재 화재예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체계적인 방재 시스템 등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목조 건축을 전공한 서울대 농생대 이전제(56) 교수는“문화재 화재 발생시 어떻게 불을 꺼야 할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 화를 키웠다”며 “목조 문화재 건축물이 많은 일본의 경우 문화재 관계자는 물론 소방당국에서도 화재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건축대학 김홍식(63) 교수는 “안이한 초기 진화 실패와 관리 소홀이 빚은 국치일”이라고 규정한 뒤 “평상시에도 안전진단은커녕 제대로 된 소방 훈련 한 번 실시하지 않았다”며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 문화재는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낸 사단법인 전력경제연구회 강기성(50) 회장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태에서 문화재 화재예방은 문화재보호법과 소방법 사이에서 실종된 지 오래”라며 “화재사고의 재발방지 조치보다는 복원된 문화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기고 싶어 하는 문화재청의 그릇된 인식과 무능한 관리가 불러온 인재”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그 동안 외면 받은 방화(소방) 전문기술자(Fire Protection Engineer) 등이 참여하는 조사단을 꾸려 전국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방재 시스템을 즉각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소된 숭례문의 복원은 가능하겠지만 국보가 갖는 상징성, 특히 문화재적 가치의 훼손은 씻기 힘든 손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대 이 교수는 “실측 도면 등이 있어 복원은 가능하지만 숭례문이 가지는 우리민족의 혼과 전통은 결코 복원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김 교수는 “복원하더라도 국보 1호가 훼손된 역사적인 아픔은 회복되기 힘들다”며 허탈해 했고,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5년 이상 걸리더라도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면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 공사에 착수하기까지 신중을 기해야 역사에 두 번 죄를 짓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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