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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론으로 문명충돌 해법 제시하는 김상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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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론으로 문명충돌 해법 제시하는 김상일 교수

입력
2008.0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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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명은 상반된 성향을 보이는 좌뇌와 우뇌가 조화를 이루는 문명입니다. 서양, 중국, 인도 등의 좌뇌편향적 문명보다 훨씬 건강하지요.”

이성과 감성이 조응하는 한국문화의 특징을 ‘한’의 개념어로 설명해온 김상일(67ㆍ사진) 전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뇌의 충돌과 문명의 충돌> (지식산업사 발행)에서 뇌 이론을 통해 문명사를 해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제임스 애슈브룩이 <두뇌와 신념> (1988)에서 좌ㆍ우뇌의 특성과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신학의 특징을 비교ㆍ연구한 이래 발전해온 ‘뇌의 양반구 이론’을 한층 흥미롭게 전개한다.

김 교수의 뇌 이론은 문명사의 균열을 치유하고 봉합하는 데 힌트를 줄 수 있는 일종의 방법론적 비유다. 그의 주장은 뇌의 좌반구가 언어적ㆍ수학적ㆍ분석적 성향을, 우반구가 직관적ㆍ비언어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좌ㆍ우뇌가 나뉘듯 우랄알타이산맥을 분기점으로 서양과 동양이 나뉘고, 만리장성을 경계로 동북아시아의 동서가 분리되고, 한반도 북쪽은 함경도와 평안도가, 남쪽은 호남과 영남으로 나뉘지요. 각 부분을 살펴보면 모두가 좌뇌와 우뇌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그의 뇌 양반구 이론은 ‘부분은 언제나 전체를 닮는다’는 프랙털 이론을 연상시킨다. 좀더 나아가면 동양의 우반구적 특성을 열등하게 본 서구의 제국주의 논리, 특정 지역의 우반구적 정서를 열악하게 취급하는 지방색의 논리 등 문명의 크고 작은 균열도 뇌 양반구 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명의 갈등을 치유하는 것은 상보적 특성을 지니기도 하는 좌ㆍ우뇌의 조화다. 우리에게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가령 동북공정 같은 중화주의 논리를 비판하는 데 유효하다. 중국문명은 만리장성을 경계로 각각 좌ㆍ우뇌적 특성을 지닌 화하계ㆍ동이계 문명으로 나뉘지만, 동북공정은 모든 동북아 문명을 화하계의 창조물인 것처럼 만들려는 기획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역사이론을 바로잡는 데는 역사 그 자체로 대응하는 차원도 필요하지만 양뇌이론 같은 자연과학의 방법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김 교수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밀이 뇌 속에 있습니다. 뇌가 조화롭듯이 우리도 서로 화목하고 조화롭게 살아야 합니다”라며 말을 맺었다. 그는 한신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2006년 가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과정사상연구소에서 유기체철학자인 화이트헤드의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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