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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이형택 "후배여 헝그리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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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이형택 "후배여 헝그리 정신을"

입력
2008.0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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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 전통의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조국에 사상 첫 승전보를 안겨준 이형택(32ㆍ삼성증권)과 조금은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진행한 차량 인터뷰였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브라운슈바이크에서 하노버로 향하는 길에서 들어본 이형택의 생각은 그의 포핸드 스트로크만큼 거침이 없었다.

브라운슈바이크 출발

부드러운 질문부터 던졌다. 탄탄한 종아리 근육의 비결을 물었다. 이형택의 다부진 종아리 근육은 세계적인 톱랭커들에게도 적잖은 화제가 된다고. 이형택과 함께 각종 투어대회를 다니는 윤용일 삼성증권 코치의 귀띔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걸을 때 뒤꿈치를 땅에 댄 적이 없다.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항상 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시속 100km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때다. 국민적 관심을 모은 데이비스컵 얘기를 꺼냈다. 이형택은 기다렸다는 듯 데이비스컵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데이비스컵은 테니스 선수들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대회다. 개인적으로 데이비스컵이 가장 힘들다. 다른 대회는 나 혼자 나가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지만 이건 조국을 위해 뛰는 무대다.

메이저대회보다 훨씬 긴장된다. 또 원정을 갈 경우 홈 관중의 응원공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대회 마지막 날 콜 슈라이버에게 패한 뒤 눈물을 흘린 것도 데이비스컵에 대한 애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시속 150km

내친 김에 속도를 더 냈다. 내년에도 데이비스컵 월드그룹에서 뛸 수 있을지. 한국은 오는 9월 지역예선을 거친 팀과 월드그룹행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아직 상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독일과의 월드그룹 16강전 경험을 통해 후배들이 많이 느꼈을 것이다. 9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당연히 지금보다 후배들이 정신적으로나 기량으로나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시속200km

아우토반 1차로로 진입,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았다. 가장 예민한 질문이다. 왜 한국 테니스는 ‘제 2의 이형택’이 안 나오는가. 이형택은 많이 생각하고 말했다.

“시스템이나 코칭스태프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 요즘 무슨 헝그리 정신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난 지금도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그런 정신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이 목표는 커졌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쯤되면 앤디 로딕의 ‘광서브’를 능가하는 속도다.

“다른 사람이 5시간 자면 나는 4시간 자고 연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배들과 데이비스컵을 치르면서 같이 지내보니 노력하는 모습, 정신적인 자세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선배들과 연습경기할 때도 악착같이 이겨보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그러면 성장은 없고 정체만 있을 뿐이다.”

하노버 진입

고속도로를 빠져나오기 직전 이형택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올림픽 출전, 물론 욕심이 있다. 목표? 내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1회전 통과다. 대회에 출전해서 첫 상대를 꺾고 올라간 후 다음 목표를 정한다.

은퇴하면 즉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할 생각이다. 거기서 영어를 배우고 본격적으로 지도자 공부를 할 것이다. 프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길을 걷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땅에도 유럽 못지 않은 테니스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 이름은 ‘이형택 아카데미’가 될까?”

브라운슈바이크(독일)=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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