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1일 여의도당사에서 공천심사위 회의를 열고 18대 총선 공천 신청자 1,173명의 신상자료를 검토하는 등 본격 공천 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보니 신청자들이 대거 몰렸고, 치열한 내부 공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당은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으로 갈라져 맞서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공천 심사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심위는 일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전까지 면접 등 지역별 공천심사를 마무리한 뒤 2월말에서 3월초께 1차로 후보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공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공천을 신청하면서 새로 입당한 189명중 한나라당을 탈당해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공직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25명에 대해 입당 보류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당규에 따라 거주 지역 시도당 입당 심사와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입당이 가능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들은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입당이 보류된 25명에는 부산 사하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박종웅 전 의원이 포함됐다. 박 전 의원은 17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데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이외에도 송훈석(강원 속초고성양양), 오유방(서울 은평갑), 이재명(인천 부평을), 김재천(경남 진주갑) 등 모두 5명의 전직 의원이 입당 보류 조치를 받았다. 서울 노원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기재 전 중랑구청장, 유승우 전 이천시장, 김동식 전 김포시장 등도 입당이 보류됐다.
한편 한나라당이 이날 개최한 공천 관련 공개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쓴 소리들이 쏟아졌다. 예비후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계파 갈등을 적당히 봉합해 적당한 사람으로 얼굴만 바꾸면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대선 관성’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교 한국외대 교수도 발제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당선가능성만 고려해 다른 요건들을 무시해선 안된다”면서 “왜곡된 공천은 결국 허황되고 잘못된 생각의 정치꾼을 양산해내는 심각한 부작용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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