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 11일 국회 귀빈식당은 4년 5개월 만에 하나가 된 민주개혁세력의 잔칫집 분위기였다. 양당 관계자들은 통합 선언식이 끝나자 악수를 하고 얼싸안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역 의원과 지도부 당직자 등이 총출동했고, 신당에서도 20여명의 의원이 나와 합당을 축하했다.
이날 선언식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신당 손학규 대표가 번갈아 가며 '통합과 쇄신을 위한 공동선언' 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표는 "민주당이 상당한 손해를 보면서 통합을 관철했다"며 "총선은 다가오는데 공동 대표 문제를 갖고 오래 논의할 수 없어 양보하기로 했다"고 민주당의 희생을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통합한 만큼 쇄신도 2배로 하겠다"면서 "특정 지역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의식에서 벗어나도록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겠다"고 통합민주당의 법적 대표로서 각오를 다졌다.
양당의 통합 협상은 지난달 22일 박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돼 신당 신계륜-민주당 김충조 사무총장 실무 라인이 가동됐지만 공천 배분과 대표옹립 문제 등에서 막혀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설 연휴를 전후해 신당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최고위원이 나서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들은 막후에서 박 대표를 설득했고 결국 이날 오전 양당 대표의 단독 회동에서 합당이 최종 결정됐다.
통합의 최대 관건이었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은 신당에서 내놓은 박재승 공심위원장 카드를 박 대표가 수용하는 형식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전체 11~12명의 공심위원 가운데 외부 인사 6~7명을 제외한 내부 인사 5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다시 빚어졌으나, 신당이 '민주당 3명+신당 2명'의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며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외부인사에도 민주당 몫으로 1명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손 대표가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공심위 구성을 둘러싸고 신당은 박재승 위원장이 전권을 부여 받아 외부 출신 공심위원을 영입 중이고, 공천은 다수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민주당 출신 위원이 공심위에 들어와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명 결정도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손 대표는 '선진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선호했지만 "선진이라는 명칭이 이미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에 선점됐고,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상징한다"는 반론에 막혔다고 한다. 결국 정식 명칭은 통합민주당으로 하고 50년 야당 브랜드로 역사성이 있는 민주당을 약칭으로 사용키로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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