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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륙중 전사 로페즈 중위 추모재미동포 고준경씨가 기념비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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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상륙중 전사 로페즈 중위 추모재미동포 고준경씨가 기념비 세워

입력
2008.0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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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미군 참전 노병들에게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시에 살고 있는 재미동포 고준경(74ㆍ미국명 에디 고)씨가 현지 한국인들과 뜻을 모아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기념비를 세웠다. 한국전쟁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천상륙작전 최초의 미군 전사자 발도메로 로페즈(당시 24세) 중위를 기리는 비석이다.

탬파 출신으로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전에 자원 참전한 로페즈 중위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 선두에 나선 해병 부대 소속이었다. 상륙 직후 참호 속 인민군의 저항에 맞서 수류탄 한 발을 투척한 그는 두 번째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 순간 오른팔과 어깨에 기관총 사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졌다. 상륙정에 남아 있던 20여 장병이 위기에 빠진 찰나 “수류탄이다”고 외치며 몸을 던져 수류탄을 덮고 전사했고 뒤에 의회명예훈장을 받았다.

친지 방문을 위해 최근 한국에 온 고씨는 “지난해 11월 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에 로페즈 중위의 기념비를 탬파 인근 키스톤 에드레디스공원 한국전쟁기념광장에 세웠다”며 “인천시와 백선엽 장군의 도움을 받아 인천에서 가져온 ‘평화의 돌’도 함께 설치했다”고 말했다. 가로, 세로 각 50㎝의 이 돌은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이 처음 인천에 진입한 ‘그린비치’에서 건져 올린 것으로 ‘The Green Beach Point of Incheon Landing Operation’(인천상륙작전 그린비치 지점)이라는 글을 새겼다.

용산고 1학년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산 영도로 피란 갔다 학도의용대로 전쟁에 참가한 고씨에게 참전 미군의 기억은 남다르다. 전쟁 당시 해병대 1사단의 통역과 정보업무를 지원하면서 함북 장진전투에서 미군과 함께 싸웠고, 그때의 인연으로 5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이민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저지공대를 졸업한 그는 직장 생활을 거쳐 93년부터 2006년까지 탬파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등 미국 정착에 성공했다. ‘참전 용사들에게 입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 현지 한인들과 함께 2001년부터 해마다 참전용사와 가족 위로 행사를 열고 있다. 고씨는 “탬파 출신 참전용사는 300여명이었지만 매년 2, 3명씩 세상을 떠나 지금은 40여명뿐”이라며 “이들 모두 아픈 기억이지만 참전을 잊지 않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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