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로 경비업체인 KT텔레캅과 에스원의 운명이 엇갈렸다. 두 회사는 불과 20일 전에 숭례문 보안 업무를 교대했다.
KT의 자회사인 무인 경비업체 KT텔레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문화재청과 계약을 맺고 지난달 21일부터 숭례문에 6대의 적외선 감지기와 4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보안서비스를 무료 제공해 왔다.
KT텔레캅은 화재 당시 적외선 감지기에 외부 침입을 뜻하는 이상 신호가 발견돼 보안 요원이 8분 만에 출동했으나, 이미 시민의 제보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중이어서 졸지에 도마에 오르게 됐다.
더욱이 KT텔레캅은 강화된 보안 시스템인 '텔레캅 아이 원격영상감시기'를 이달 말 숭례문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KT 관계자는 "만약 이 기기가 설치됐다면 외부 침입자가 있을 경우 최소한 영상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난 KT텔레캅은 숭례문 화재가 미칠 부정적 영향에 속을 태우고 있다. 오재록 KT텔레캅 차장은 "국보가 소실돼 보안 담당업체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에스원은 그동안 유료로 숭례문 보안을 담당하며 이를 광고에 활용했으나, 문화재청이 경비 절감을 이유로 계약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중도 해지를 요청하는 바람에 손을 떼게 됐다. 비자금과 기름유출 사건으로 곤혹스러운 삼성 입장에선 기업 이미지 훼손, 보상 문제 등을 피할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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