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여야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11일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가 무산돼 비준안이 상정되지 못한 과정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새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비준안 처리를 적극 주장했지만, 총선 표심을 의식한 듯 반대론을 돌파할 강력한 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손학규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가 조속 처리를 공언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총선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스탠스다. 반면 한미 FTA 반대 당론을 정한 민주노동당은 실력행사를 불사하고 있다.
통외통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민노당 의원 8명이 위원장실을 점거하고 위원장의 회의장 입장을 결국 1시간 30분만에 회의가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무리해서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노당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민노당은 아예 "18대 국회에 우리보다 똑똑한 의원들이 하게 하자"(단병호 의원)며 18대 국회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13일 전체회의를 재소집키로 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어렵사리 전체회의에 비준안이 상정이 되더라도 김원웅 위원장이 법안소위 회부 이전에 공청회와 청문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자는 입장이어서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불가능에 가깝다.
청와대는 3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4월 총선 일정상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총선 이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설사 17대 국회 임기 내 처리에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또 다른 뇌관이다. 한나라당은 미국의 쇠고기시장 전면 개방 요구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신당과 민노당은 물론 청와대도 "FTA와 쇠고기는 별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어 절충이 쉽지 않다.
18대 국회가 비준안 처리에 나서더라도 쇠고기 문제가 부각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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