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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은 미각으로 기억된다

입력
2008.02.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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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스코프] 영화속 음식열전

영화 <올드보이> 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외신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 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후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꾸역꾸역 먹던 장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백숙’과 ‘프라이드 치킨’의 간극을 분명히 보여줬던 영화 <집으로> 의 닭요리와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고도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식객> 속 음식은 배우 못지않은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다.

이렇듯 하루 세 끼를 챙겨야 하는 일상 속 음식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면 색다른 의미로 변주된다. 최근 개봉된, 개봉을 앞둔 영화 속 음식 열전을 살펴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한약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은 설을 기점으로 전국 관객 35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한약을 먹고 힘을 키우려 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애처가 남편이 공수해 준 한약을 즐겨 먹는 정란(김지영). 한사코 한약을 기피하는 혜경(김정은)과 몸에 좋다는 소리에 아이에게 억지로 한약을 먹이는 미숙(문소리). 결국 ‘대놓고 먹은 이들’과 ‘몰래 먹은 이들’ 모두 한약 속 금지 음식 때문에 단체로 사전 도핑 테스트에 걸리고 만다. 대표팀 감독(엄태웅)은 답답한 마음에 한 마디 한다. “또 이상한 한약 같은 거 드시는 건 아니죠?”

#<마지막 선물> -당근

무기수 태주(신현준)는 친구의 딸 세희에게 간이식 수술을 해주기 위해 귀휴를 나온다. 태주와 세희가 마주한 식사 자리에서 세희는 반찬 속 당근을 골라 낸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어르는 영우(허준호)와 “나도 당근 안 먹는데”라며 반기는 태주. 보통 밥상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상황 속에서 세희가 사실은 태주의 딸임을 넌지시 알리는 장면이다.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파이

15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스위니 토드(조니 뎁)는 복수의 칼날을 간다. 대상은 자신의 부인을 욕보인 불특정 다수. 수많은 사체 처리가 고민이 될 터. 같은 시간, 스위니 토드의 아랫집 러벳 부인의 파이 가게는 몰라 보게 좋아진 맛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파이의 재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인육으로 만든 파이를 우적우적 먹어대는 인간 군상은 역시 15년 간 갇혀 살았던 오대수(<올드보이> )가 산낙지를 뜯어먹던 장면만큼 눈을 시리게 만든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껌 세 알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굳게 믿는 사나이가 있다. 이 남자는 자신의 머리 속에 대머리 악당이 심어 놓은 크립톤나이트 때문에 두통을 호소한다. 이 남자는 머리가 아파올 때면 대머리 악당의 전파를 방해하기 위해 자일리톨 껌 세 알을 씹는다. 이렇게 하면 3파장 방해전파가 생겨서 괜찮다며. 어이없는 설정이지만 키치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스스로를 슈퍼맨이라 믿는 엉뚱한 사나이를 부각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장치다.

#<바보> -토스트

만화가 강풀의 만화 <바보> 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바보> 의 승룡이(차태현) 역시 토스트를 구워 생계를 이어간다. 연탄 가스를 마신 후 정신 지체아가 된 승룡이가 잘 하는 것은 토스트를 굽는 일뿐. 하지만 바보 오빠를 미워하는 동생 지인은 말한다. “우주에서 토스트가 제일 싫다”고. <바보> 속 토스트는 소년 가장인 승룡의 생계 수단인 동시에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매개물로 극중 승룡이라는 캐릭터에 힘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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