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주식투자 보고서가 정작 증권사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한다. 증권업협회가 서울지역 증권사ㆍ자산운용사ㆍ보험사 등의 주식운용 담당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경제상황과 업황, 추천 종목 등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전망이 시장에서 불신 당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동종업계 내에서조차 '믿지 못할' 보고서를 양산하는 증권사들이 자본시장 개방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할는지 심히 걱정된다.
이번 조사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추천종목에 대해 증권사 주식운용 담당자의 28.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험사(19%)와 자산운용사(16.3%)보다 불신도가 훨씬 높다.
'신뢰한다'는 답이 이들 3개 업계에서 모두 20%대에 머문 것을 봐도 보고서의 부실이 뚜렷이 드러난다. 추천종목의 만족도 역시 증권사는 5점 만점에 평균 2.94점에 그쳐 보험사(3.0점) 자산운용사(3.12점)에 뒤졌다.
이런 결과를 낳은 배경은 다양하게 따져볼 수 있으나,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에 따라 주가와 추천종목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시장풍토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부정적이거나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 당장 관련업체와 투자자의 항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회사 내부에서조차 '왕따'가 되는 분위기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매수 의견만 난무하고 매도 의견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또 중ㆍ장기 주가전망이 장밋빛으로 덫칠된 '편식 보고서'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태풍이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 다니며 힘을 키우던 지난 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서 '위험 관리'라는 개념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후에 주가가 30% 가까이 빠지는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쯤 되면 시장이 그들의 소신을 침해하는 것인지, 애초부터 소신은 없고 눈치만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증권업협회의 보고서는 증권사들이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반성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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