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늦게 (체류 연장) 신고했더니, 선불폰에 남아 있던 잔액도 없어졌네요. 1만원이지만 저에겐 큰 돈인데…”
1년 전 베트남에서 건너와 인천에 살고 있는 Y(24)씨. 그는 체류 연장 신고기간을 놓치는 바람에 이통사로부터 직권해지를 당하고 선불폰에 남아 있던 요금까지 잃어버렸다. 며칠 전 이상한 문자메시지(SMS)를 받았지만, 그 한글 메시지가 직권해지 관련 내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는 Y씨에게 10초에 60원을 넘는 선불폰 요금은 너무나 부담스럽다.
이동통신 업체들이 선불폰 요금제를 이용, 최대 3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선불폰 요금제란 1만원 이상 일정 금액을 이동통신사에 미리 내고 그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선불폰 요금제의 10초당 요금은 SK텔레콤이 62원, KTF 58원, LG텔레콤 65원(1만원 납부 기준)이다. 일반 표준 요금제(10초당 SK텔레콤 20원, KTFㆍLG텔레콤 18원)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업체 측은 선불폰 요금제에는 가입비와 기본료가 포함돼 있지 않아 비싼 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후불폰 요금제와 비교해 선불폰 이용자들은 가입비와 기본료를 내지 않는다”며 “이 요금을 더 내리면 대포폰(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 등에 따른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불폰 사용자들과 시민단체 입장은 다르다. 선불폰 요금이 일반폰에 비해 비싼데다 혜택이나 사후 서비스도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다. 현재 선불폰 약관에는 당월 사용하고 남은 잔액은 이월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선불폰 가입자 대부분이 외국인인데도 서비스 안내 SMS 등은 모두 한글로만 발송된다. 때문에 이통사 측이 민원을 제기하기 곤란한 소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부당 영업을 하고 있는 게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선불폰 매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도 “지난해 말부터 여권으로 가입한 외국인은 3개월 후 여권 사본을 다시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이 같은 선불폰 규정을 포함한 안내 메시지를 영문으로 발송해줘도 불편함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선불폰 가입자는 SK텔레콤 29만명, KTF 8만명, LG텔레콤 11만명 등 총 48만명에 달하며 대부분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은 선불폰보다 후불폰인 분실폰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불폰 요금 인하가 대포폰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통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 여력이 충분한 만큼 선불폰 요금도 내려가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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