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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핸드볼 재경기가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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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일 핸드볼 재경기가 알려준 것

입력
2008.02.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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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韓共鬪(일한공투)'.

지난달 29, 30일 도쿄에서 개최된 핸드볼 올림픽 예선 한일 남녀 재경기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뽑은 한결같은 기사 제목이다. 장기간 아시아핸드볼 연맹(AHF) 회장으로 군림하며 후안무치한 편파 판정을 사주해 온 쿠웨이트 왕족 셰이크 아마드 알사바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분연히 일어난 상황을 담은 것이다.

알사바 회장의 노골적인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스포츠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끝까지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한다는 바람도 함축돼 있다.

■ 불의에 맞선 '일본의 친구'한국

지난해 12월 우여곡절 끝에 국제핸드볼연맹(IHF)의 재경기 결정이 나온 후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와 국민 반응 등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들은 이례적으로 거의 매일 핸드볼 재경기 관련 기사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외 종목인 핸드볼에 대한 깜짝 붐이 일어날 정도로 대대적인 보도였다.

특히 한국측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잘못이 바로잡힐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크게 부각돼 일본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 대다수 일본인에게 '가깝고도 먼 이웃'인 한국이 불의에 맞서 함께 싸우는 '일본의 친구'로 강렬하게 인상 지워진 것이다. 어떤 평론가는 재경기가 2002년 월드컵축구 공동개최에 이은 한일 간의 역사적 사건이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개인적으로는 재경기 쪽이 월드컵 공동개최보다 일본 국민에게 준 임팩트가 훨씬 강하다고 직감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회 기간 내내 일본에서 취재했는데, 당시 보통 일본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지방 경기를 마치고 밤늦게 도쿄로 돌아오는 만원 신칸센(新幹線) 열차 안에서 "한국이 일본의 월드컵을 가로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부녀(父女) 간의 대화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했다.

반면 핸드볼 재경기는 "한국이 좋은 이웃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일본에 작은 희망과 확신을 준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 일본 정치가들은 최근 한국에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등 일본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ㆍ야와 보수ㆍ진보를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 동안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보여왔던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성숙해진 한국에 "진짜 친구가 돼 보자"고 러브 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서 아직 한국을 완전하게 신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피부에 와 닿는 얘기는 아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열린 핸드볼 재경기는 양국이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 또한 그것이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상징적인 사건이 된 것이다.

■ 한일 우호의 당위와 가능성 부각

한국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는 것은 21세기 들어 서로가 더욱 공감하는 명제가 됐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세력 균형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부터 국민들이 실제로 먹고 사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근거를 꼽자면 한이 없다.

그러나 양국은 과거사 문제 등으로 불화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한일 우호의 대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힘을 합쳐 쟁취한 핸드볼 재경기는 한일 우호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새롭게 웅변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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