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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600년 역사'가 불 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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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600년 역사'가 불 타 무너졌다

입력
2008.02.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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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일명 남대문)이 불에 타 무너졌다. 10일 오후 8시45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숭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11일 새벽 1시께 누각이 완전소실된 뒤 붕괴됐다. ★관련기사 2^3면

이날 불은 벽돌로 쌓아 올린 기단부위의 누각 2층에서 발생, 밤 11시를 넘어 2층 누각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자정을 넘기면서 불길은 더욱 거세졌고 새벽 0시45분께부터 2층 누각 지

붕의 기와가 떨어지면서 붕괴가 시작됐다. 2층누각의 붕괴에 따라 불은 1

층 누각으로도 번졌고 새벽1시 이후부터 1층누각도 완전히 불길에 휩싸

였다. 강맹훈(53) 서울 중구 도시관리국장은“지붕 속의 보가 타 들어가는

바람에 2층 누각이 소실됐고 이로인해 건축물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날 소방당국은 소방차 50여대와 소방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화재진압에 나섰지만 처음 불이 발생한 2층누각에는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초기진압에 실패,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숭례문는 소화기 8대 이외에는 상수도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화장비도 비치돼 있지 않은 등 문화재관리의 총체적인 허점이 화를 좌초했다는 지적도 면치못하게 됐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번지자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해체승인을 받았지만 누각 전체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접근 자체를 하지 못했다. 당초 2층누각의 지붕을 해체하는 작업도 시도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문화재 보존을 위해 숭례문 현판을 떼내는 데 그쳤다.

소방당국은 화재직전 50대 남성이 숭례문으로 접근했다는 목격자 진술

을 확보, 방화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하고 있다. 화재를 목격한 택시기사 이모(44)씨는“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간 뒤 곧바로 남대문에

서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번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화재가

발생한 직후 그 남자가 내려와 차로 따라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고 덧붙

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키 170cm에 항공점퍼와 검은색 등산복 바지, 까만

운동화를 착용한 50대 남성의 행방을 좇고 있다.

소방당국은 그러나 숭례문 일대 문화재 시설에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야간 조명시설 등의 누전으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문화재 피해정도는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날 화재로 주변 도로의 차량통행이 차단되면서 휴일 저녁 남대문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태조 7년(1398년)에 완공한 서울의 4대문 중 하나로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1963년 해제 수리된 이후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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