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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침몰 화물선 실종자 금세진씨 가족의 애끊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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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침몰 화물선 실종자 금세진씨 가족의 애끊는 사연

입력
2008.02.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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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한 모텔 객실. 어머니의 손에 들린 사진 속 아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지난해 12월25일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화학약품 운반선 이스턴 브라이트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금세진(24ㆍ1기사)씨.

“열심히 돈을 모아서 집을 사주겠다던 효자였는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아들의 사진만 하염없이 어루만지던 어머니 박경숙(53)씨의 표정이 애처롭다.

사고 직후 강원 고성에서 식당일을 그만 두고 큰딸 옥경(29), 둘째 아들 태호(26)씨와 함께 여수로 달려온 박씨는 40여일 넘게 여관생활을 하고 있다. 실종자 14명 중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8명의 다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설에 모두 고향으로 갔는데도 박씨 가족들은 여수를 떠나지 않았다.

차가운 바닷속을 떠돌고 있을 아들이 눈에 밟혀 도저히 설을 쇨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진 씨가 외항선을 타지 않도록 만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밀려들었다. 기관사 승급시험 준비를 위해 잠시 항해를 쉬고 있던 세진 씨는 지난해 11월 사고 선박회사인 NHL개발㈜측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이스턴 브라이트호에 승선했다.

가족들은 “지금껏 고생했으니 잠시 쉬면서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렸지만 회사와 동료들이 선정한 ‘강한 NHL인’으로 뽑힐 정도로 사명감이 남달랐던 세진 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태호 씨는 “사고 전날 선박수리작업을 하던 중 눈을 다친 세진이가 전화를 걸어와 ‘내가 죽으면 보험금 많이 나올 것’이라며 던진 농담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기관사 시험 공부하도록 배를 못 타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 원망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박씨 가족들은 수심 67m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사고 선박 내에 있을지 모를 실종 선원들을 찾기 위해 4일부터 재개된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선체 탐색작업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편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박씨 가족들의 ‘서글픈 기대’도 쉽지 않게 됐다. 해군의 선체 탐색에 앞서 회사 측이 최근 심해잠수사 8명을 동원해 실시한 1차 선내 탐색작업 결과, 실종 선원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이 저인망 어선 30여 척을 동원해 벌이고 있는 수색작업도 지난달 31일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6번째로 발견된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수=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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