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이 엄연히 다른데 도로명도 당연히 바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서울 강북구는 지역에 있는 도로명을 변경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강북구 번동 일대를 지나는 도로가 도봉구의 행정동인 ‘창동’을 그대로 앞세운 ‘창동길’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가 도봉구로 편입된 것 같다”며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새 주소체계가 도입된 후 자치구간의 도로명 분쟁이 가시화 되고 있다. 기존에는 지번 체계에 따라 동 이름으로 주소를 표시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자치구별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주소에 도로 이름을 쓰고, 번지 대신 고유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새 주소체계가 도입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도봉구와 강북구를 지나는 창동길(2,480m)은 지역간 첨예간 갈등을 빚고 있다. 창동길은 도봉구 창동 36의 1(녹천교)~강북구 번동 455의 2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일부 ‘강북구 번동 OO번지’의 주소가 도봉구 색채가 강한 ‘강북구 창동길 O번’으로 변경, 새주소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이에 대해 강북구 주민들은 “강북구 번동이 창동길로 명명돼 마치 도봉구의 행정구역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강북구가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응답자의 96%인 주민 3만2,000여명은 강북구 구간인 우이천 우이3교~번동사거리 236m 도로를 ‘번동길’로 바꿔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반면 도봉구는 “익숙한 도로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며 버티고 있다. 이와 함께 강북구 관계자는 “현재 ‘쌍문동길’도 일부 구간이 강북구 지역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이 구간을 ‘수유동길’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처럼 2개 이상의 자치구에 걸쳐 있는 도로는 서울시내에 118개에 달하고 있다. 창동길을 비롯해 신촌로, 마포로, 강남대로 등으로 자치구 이름과 비슷한 도로가 많아 자치구간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더욱이 3개 이상 자치구에 걸쳐 있는 도로도 32개나 되고 심지어 남부순환로는 9개 자치구를 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지번와 도로명 체계의 병행이 끝나고 2012년 새 주소체계가 본격 도입되면 자치구간 갈등이 극심해 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새주소위원회를 구성해 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서울지역 상당수 자치구의 경우 올해 시민들에게 새 주소가 개별 고지되면 주소에 대한 이의신청이 많아져 자치구간 분쟁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을 담은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조례’를 올 6월 시의회에 제출한 후 민간위원 등 5~15명의 전문위원을 위촉해 2012년 새 주소 체계가 확립되기 이전에 도로분쟁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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