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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공짜'란 말에 경비업체 교체… 가정집만 못한 國寶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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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숭례문/ '공짜'란 말에 경비업체 교체… 가정집만 못한 國寶관리

입력
2008.02.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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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숭례문 소실은 엉성한 경비 시스템과 주먹구구식 화재 진압이 빚은 인재였다. 문화재 관리를맡은 지방자치단체와 경비 업체의 방화대책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문화재에 불이 났을 경우 진화 요령을 모르는 소방관은 방수 처리된 건물에 물만 뿌려댔다.

화재 초기 1시간 도대체 무슨 일이

숭례문이 소실된 것은 초기 진화 실패탓이다. 하지만 숭례문 누각에서 불꽃과 연기가 일기 시작한 10일 오후 8시48분께부터 문화재청이“숭례문 일부를 파괴해도 된다”는 적극 진화 허가가 떨어진 오후9시35분(중구청 주장은 오후9시45분)까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들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인 것이다.

우선 화재 진압 협조 시간과 내용부터 중구난방으로‘네 탓’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11일 오전“소방방재청은 오후 9시25분에야 화재 통보를 했으며화재초기 신중한 진화를 당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소방방재청이“오후 8시59분 문화재청에 알렸고, 문화재청이 신중한 진화를 요구하다 오후 9시35분께야 적극진화에 협조했다”고 반박하자, 문화재청은“오후 9시께부터 협의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신중한 진화 주문’여부에 대해서는 관계자마다 말이 틀리다.

중구청과 소방방재청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중구청은“소방 당국이 처음에는지붕에 물을 뿌리는 간접 진화만 하다가 72분이 지나서야 불이 난 기둥 등에도 뿌리는 직접 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처음부터 누각 안에서 직접 진화를 했다”고 펄쩍 뛰고 있다.

숭례문 내부 도면 확보 시기에 대해서도 진실인지 혼란스런 상황이다. 소방당국이 10일 밤 화재현장에서“내부 도면을 화재발생 2시간 뒤에야 문화재청에서 얻었다”고 밝히자, 문화재청은“중구청에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했다. 중구청은“오후9시30분께 소방당국에‘실측설계보고서’를 줬다”며“하지만 적극 진화 판단을 해 줄 문화재청 간부가 현장에 없어 진압

이 늦어졌다”고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을 싸잡아 비난했다.

문화재청, 숭례문‘공짜’관리

문화재청은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했다는 이유로‘국보 1호’인 숭례문을‘손 안 대고 코 풀기’ 식으로 관리했다.

숭례문 화재 보험에 신경 쓰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창덕궁종묘 등 서울^경기 인근 26개 문화재를 410억원에 보험 가입했지만, 숭례문은 중구청이 관리주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숭례문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다른 시유 재산과 함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화재보험에 일괄 가입했을 뿐이다. 더구나 중구청은 서울시의 보험가입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화재로 받을수있는 보험금도 ㎡당 31만8,000원씩 총9,508만원에 불과하다.

무인경비업체 교체 배경도 석연치 않다.

KT텔레캅은 이전 경비업체의 계약기간이 6개월 남았는데도 1일부터 숭례문 야간경비를 맡았다. 중구청은“KT텔레캅이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고 무료 경비를 제안했다”며“문화재청이 무조건 경비업체를 바꾸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업체 교체를 얘기한 적이 없다. 경비 절감을 위해 중구청이 자체 결정했을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전 경비업체가 한달 30만원을 받은것과 달리 무료 경비에 나선 KT텔레캅은화재감지기나 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았고,적외선 감지기 숫자도 이전 업체보다 줄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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