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 인사가 10일 마무리되면서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의 진용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아직 내각 인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경제팀 운용의 초점은 균형과 견제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수석과 경제수석, 그리고 경제부처 수장 격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 정부 경제정책(MB노믹스) 운용의 '삼각 편대'를 구축할 전망이다.
어느 한 쪽에도 과도하게 힘이 쏠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국정 수행 과정에서 힘겨루기와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은 경제 수석에게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새 정부에서 부활한 경제수석은 참여 정부의 경제정책수석과 경제보좌관을 통합한데다, 경제부총리제의 폐지로 경제팀에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석 인선 결과를 보면 경제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기획재정부장관이 삼각 편대를 이루며 경제팀을 이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설된 국정기획수석의 역할이 미래 전략과 국정 방향 설정으로 경제팀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데다, 곽승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MB 노믹스'를 꿰뚫고 있는 정책 브레인이다. 향후 경제 정책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부총리에서 장관으로 외형적 위상은 한 단계 격하됐지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통합으로 덩치가 커진 데다 모든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예산권까지 틀어쥠으로써 실질적인 영향력이 더 막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 1순위 후보로 꼽히는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전 재정경제원 차관)가 이 당선인의 주요 경제 공약을 직접 설계한 인물이라는 점도 기획재정부장관의 위상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는 새 정부에 '지분'이 없다. 학자 출신이면서도 역대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 경험을 쌓은 것은 장점으로 꼽히지만, 자칫 실권 없는 경제수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경제 수석에 학자가 기용되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중장기 경제운용을 놓고 국정기획수석과 업무연계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수석 내정자의 기용은 원만한 조정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큰 밑그림은 국정기획수석이 그리고, 기획재정부장관은 일선에서 종합적인 경제 운용을 주도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고, 경제 수석은 상충되는 사안들을 조정해 나가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삼각편대간의 원만한 호흡이다. 역대 정부에서 경제팀 내부의 불화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 부처 한 관계자는 "문민 정부 시절 박재윤 경제수석과 이경식 부총리는 의견 대립으로 대화조차 꺼렸다"며 "자칫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될 경우 경제 정책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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