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신용카드를 훔쳐 사용한 20대 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A(24)씨는 지난해 8월 응급환자 이송단에 전화를 걸어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입원시켜달라”고 요청해 아버지를 42일간 정신병원에 감금한 뒤,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댄스교습비와 피부관리비용 등 1,000여만원을 결제했다. A씨는 아버지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며 전세계약을 해지, 220여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아버지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 때문이었다. 혼외자식으로 태어난 A씨는 1999년 부모가 혼인신고를 한 뒤에야 비로소 호적에 올랐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계속된 음주와 폭행에 시달리다 2001년 자살했다. 충격에 빠진 A씨는 한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은 채 살다가 지난해 6월께 다시 연락이 닿았으나 아버지가 과거처럼 욕설을 하는 일이 반복되자, 결국 허위신고를 해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서명수)는 10일 존속감금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7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범행을 저지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아버지를 장기간 정신병원에 가두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가 하면 신용카드를 몰래 훔쳐 쓰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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