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 지난해 말 검찰 수사에서 삼성 비자금으로 잠정집계된 금액이 8,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그러나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 가운데 일부가 중복계산됐을 가능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비자금의 최종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삼성 특검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가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의심계좌를 대상으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입ㆍ출금 기록을 분석, 입금액 기준으로 6,000억원, 출금 및 잔액기준으로 8,000억원의 자금을 확인했다. 입ㆍ출금의 차액은 97년 이전 입금된 자금 또는 주식으로 운용된 자금의 배당 이자 등으로 인한 증식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차명계좌를 재확인한 결과 8,000억원과는 꽤 차이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추가 계좌추적을 통해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 입출금을 통해 차명계좌간 자금이동이 빈번했다는 정황을 포착, 검찰수사에서 총액이 중복계산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특검팀의 계좌추적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비자금 규모는 8,000억원보다 더 커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특검팀 관계자도 "계좌추적을 할수록 차명계좌가 끊임 없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비자금 규모가 역대 기업 비자금 중 사상 최대를 기록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2006년 현대자동차 사건 때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 1,034억원 중 900억원대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2005년 두산 사건 때는 박용오 박용성 회장 형제가 366억원 비자금 중 32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처리 됐다.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은 2004년 회사 돈 1조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지만, 사용처가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나타나 개인횡령 등 고전적인 '비자금'으로는 처벌되지 않았다.
한편 특검팀은 설 연휴 직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의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비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소명이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보유 및 거래 내역을 확인하겠다며 신청한 금융감독원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됐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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