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은 언제까지 힐러리 클린턴의 우군이 돼 줄 것인가.
5일 ‘슈퍼화요일’을 반환점으로 경선 후반부에 들어선 힐러리에게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그야말로 은인이다. 이들의 표가 없었다면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슈퍼화요일에서 대패했음은 물론, 더 이상 경선레이스를 펼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것이다. 이는 수치로 확연히 드러난다.
대의원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힐러리는 히스패닉 표 중에서 67%를 얻어 29%의 오바마를 압도했다. 뉴저지에서는 68%, 뉴멕시코에서는 56%의 지지를 얻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이들 주에서 꺼져가던 힐러리를 살린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히스패닉이 변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들이 힐러리를 지지해온 것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오바마의 행보와 선거 판세에 따라 얼마든지 표심이 변할 수 있다. 히스패닉 싱크탱크들은 오바마가 첫 경선이 치러진 지난달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가장 많은 히스패닉 표를 얻었다는 점, 슈퍼화요일 유세에서 히스패닉이 밀집한 지역에서 무시 못할 청중을 끌어 모은 사실 등에 주목하고있다.
“오바마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그를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게 히스패닉 단체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오바마만을 놓고 보면 그의 리더십과 참신함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고, 미국 내 최대 소수인종 자리를 놓고 흑인과 각축을 벌이는 히스패닉이 ‘흑인 오바마’를 경원시 한다는 음모론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히스패닉 아성은 견고한 편이다. 15년째 계속되는 클린턴가(家)와 히스패닉의 동지와 같은 결속감은 쉽게 무너지기 어렵다. 클린턴 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올라갔고, 그래서 그 돈으로 집까지 장만했던 히스패닉들은 클린턴 정부 8년을 ‘위대한 시절’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영향력이 상당한 에드워드 케네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오바마 지지 선언을 변수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대부분은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암살된 1968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라 케네디가의 ‘빛바랜 향수’가 클린턴가의 ‘생생한 기억’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히스패닉계 표심의 향방을 재차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미니 슈퍼화요일’이라는 다음달 4일 치러지는 4개주의 경선, 그 중에서도 텍사스다. 텍사스는 히스패닉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고, 흑인은 11%에 불과하다. 만약 히스패닉계 표심에서 조금이라도 반전의 기미가 나타난다면 힐러리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질 수 밖에 없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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