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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겹그림 속 대자연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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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겹그림 속 대자연의 리듬

입력
2008.02.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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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정수진은 말한다. “나는 모든 조형예술의 바탕을 가로지르는 절대적인 법칙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난 그것을 그림으로 증명하고 싶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화가는 끝없어 보이는 수정과 보완을 반복한다. 그러한 겹쳐 그리기를 통해 화면에는 일정한 층위(겹)가 형성되고, 그에 따라 화면이 몇 차례 크게 변화한다. 변이의 어느 순간, 작품이 완성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모순 없는 완벽한 구조와 조화”를 드러나게 한다고 믿는다.

다음은 그의 작품 ‘사람들’이 완성되는 과정의 요약이다. “2003년 9월 13일 회색 화면은 화가에게 그림(그리기)을 명한다. 9월 16일 중성적인 회색 화면 위로, 화가의 손에 의해, 모호한 형체들이 다수 등장한다. 9월 17일 이 유사-다이어그램은 점차 진화한다.

9월 22일 유사한 형체들이 점차 그 수를 늘려가며 화면을 점령해나간다. 9월 24일 갑자기 구체적인 형태들이 등장한다. 이웃 작업실에서 본 인형의 머리다. 10월 4일, 그림이 시작된 지 약 3주일이 지났다. 화면은 온통 파스텔 톤의 하늘과 구름이다. 화면 왼편에는 3층짜리 건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닷새 뒤인 10월 9일 화면은 온통 숲이다.

10월 18일 검붉은 물감으로 뒤덮인 화면에 사람들의 군상이 등장한다. 10월 29일 어림잡아 60~7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은 드디어 표정을 얻는다. 10월 22일 사람들 머리 위로 추상적 입체들이 등장해 떠다닌다.

점차 화면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작은 변화들이 며칠이고 지속된다. 11월 16일 드디어 사람들 몇몇이 간단한 붓질 몇 번에 지워진다. 이튿날인 11월 17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붓의 공격이 가해진다. 화면 붕괴의 위기.

11월 18일 유령의 집 같은 편의점 건물이 다수 떠올랐다. 이 건축적 형체들의 등장 이후 화면은 새로운 밀도의 단계로 돌입한다. 11월 25일 분홍빛 스트로크들 위로 머리카락 덩어리 다수가 등장한다. 11월 28일 그림 속에는 이제 그림도 보인다. 12월 1일 점차 그림은 어떤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최선의 순간에 수렴하려는 그림의 의지는 화가를 놓아주지 않는다. 12월 3일 작품은 전시장으로 옮겨졌지만, 그림은 멈추지 않는다. 12월 8일 도록용 도판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림은 계속 성장한다. 화가는 전시 종료 뒤 그림을 재차 고쳐 그린 뒤에야 그림(그리기)에서 해방된다.”

정수진의 그림이 전개되는 방식은 마치 날씨의 변화와도 같다. 그의 화면에는 대자연의 숭고한 리듬-물방울이 증발해 적란운이 되고, 그 구름들이 모여 태풍이 됐다가, 태풍이 다시 비와 폭풍으로 흩어져버리듯-이 존재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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