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은 “오늘이 사실상 협상의 마지막 날”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남은 핵심 쟁점인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의 폐지여부를 놓고 존치 주장을 편 신당 입장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들 부처의 폐지여부는 양당의 총선전략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타결이 힘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당은 총선에서 여성, 농어민 표를 잡기 위해 충분히 여론전을 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고, 반대로 한나라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 정부 출범을 발목잡는 신당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당분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재성 신당 대변인은 이날 협상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서로 멍하니 상대방 눈을 응시하며 보낸 시간이 반 이상이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새 정부는 부분 조각만 한 채 파행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제 부분 조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통폐합 부처를 제외한 채 장관을 임명하고 모자란 국무위원은 무임소 장관으로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신당의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조성하기 위해 이 당선인이 총리만 데리고 정부를 출범하는 상황도 가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국무회의는 15인 이상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는 헌법 규정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일각에선 개정안 통과 이전에 인사청문 절차를 먼저 밟는 중재안도 거론된다. 개정안 협상 시간을 좀 더 갖되, 파행 출범을 막기 위해 미리 각료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마쳐놓자는 것이다. 하지만 신당의 합의가 역시 관건이다.
만약 26일 마치는 2월 임시국회 회기를 넘기면 개정안 통과는 더욱 늦어질 공산이 크다. 짝수달에 열리는 임시국회가 4월 다시 열려도 4월9일 치러지는 18대 총선의 회오리 속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다. 여기에 18대 국회 원구성이 6월 중에나 이뤄지기 때문에 새 정부의 파행운영은 4개월 넘게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양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했어도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2일 내지 13일 극적 합의를 이룬 후 본회의 통과 및 각료 지명자 발표를 한꺼번에 진행하면 파행을 피할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이 이날 밤 2시간여의 심야대책 회의 뒤 신당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손학규 신당 대표를 12일 만날 가능성도 있어 막판 극적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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