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은 좋지만 문제는 ‘어떻게(How)’라는 것이죠. 수업시간을 한 두 시간 더 늘린다고 해서 영어는 절대 늘지 않습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양질의 교사 확보가 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부터 중ㆍ고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 시대 ‘영어 달인’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부분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의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체계적인 준비 없이 수업 시간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양질의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는 등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변화에는 동의,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대부분의 영어 달인들은 “한국인들은 10년 이상 영어를 배워도 막상 외국인 앞에만 서면 입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영어 교육은 분명 달라져야 하지만 체계적인 준비 없이 성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익훈 어학원의 이익훈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상은 좋지만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수위가 더 연구하고 현장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한 원어민 강사는 “현재의 영어교사와 인프라로는 단기간 내에 큰 변화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단계적으로 원어수업을 실시한다면 5~10년 내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기존 영어수업 시간 확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강남 파고다어학원 토익프로그램 조용대 원장은 “단지 수업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영어는 절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 YBM어학원에서 취업 인터뷰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티파니 강사도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하루에 몇 시간 더 공부한다고 영어가 늘지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질 교사 확보, 체계적인 준비가 관건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장은 “초ㆍ중ㆍ고교 영어교사가 전국에 3만 2,000명이 있는데 이 가운데 영어로 1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가 49%, 1만 6,00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교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파고다어학원 조 원장은 “지난해 외국에 사는 약 8,000명이 국적을 포기했다는 통계를 접했는데 이들에게 병역 특례 같은 제도를 신설해 군 복무 기간 대신 산간 마을이나 지방 등 영어 사각지대에서 교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교양학부에서 실용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민병철 교수는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은 문법과 독해 위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실용 영어를 배워 본 적이 없다”며 “언어학자들이 하나같이 언어 습득 최적의 나이를 12세, 13세까지라고 보는데 중학생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는 발상은 잘못됐다”며 영어 공교육 시기를 더욱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밖에 이 회장은 향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를 대체할 국가 영어 시험에 대해 “한국인인 아닌 세계적인 석학 1,000명을 뽑아 한국의 정서에 맞는 영어 시험을 출제하고 이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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